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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에 하자. 기왕이면 히로시하고 카오루도 데리고 와. 맘엔 안들지만......."

"하하하......."

헤어져야 하는 길목에서 다카시가 끝을 흐리며 말하자 고타로우는 웃으면서 알겠다는 표시를 했다. 그리고 각자의 학교로 향했다.



"고타로우! 좋은 아침!"

"고타로우 요즘 얼굴이 더 밝아지는 것 같아. 오늘도 무슨 좋은 일이 있는 거야?"

학교. 타츠키와 타쿠는 평상시처럼 고타로우를 보자 마자 아침 인사를 하며 달려왔다. 아, 그렇지. 이 두사람도 같이 파티에 초대하면.......

"그냥 좀....... 있잖아. 오늘 어제 말한 사람들을 위해 친구들이랑 같이 파티를 하거든."

"에?"

"우리도 같이 하자."

말하지 않아도 그럴 참이었단다. 고타로우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와!"

"이봐, 거기! 좀 조용히 해!"

갑자기 시로가 화가 난 듯 소리쳤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은 그런 히로시를 잠시 보더니 막 웃기 시작했다. 물론 타츠키와 타쿠도 따라 웃었다. 다만, 방금 도착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하는 고타로우만이 그저 어리둥절한 상태로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아 맞다. 고타로우는 모르겠구나."

"우왓! 말하지 마!"

왜 웃는지 모르는 상태로 궁금하다는 듯이 서 있는 고타로우를 보고 타츠키가 말해주려고 하자 히로시가 일어서면서 말리려 했다........ 더 이상의 상황 설명은 필요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고타로우는 히로시가 지금 무슨 옷을 입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웃는 사람들과 합류했다.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히로시는 여름교복 바지(하복은 남색 반바지)와 비슷하게 생긴 치마를, 그것도 엉덩이 부분이 크게 찢어진 바지를 입고 온 것이었다. 히로시는 아무 말 못하고 다시 얌전히 앉더니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타츠키와 타쿠의 말에 의하면 히로시는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온르 엄청 피곤한 상태로 학교에 나타난 모양이었다. 불러도 아무런 대답이 없고 눈이 빨갛게 충혈된 상태로 이리저리 흔들리며 학교를 돌아다녔다고 한다. 조금 정신을 차린 후에야.......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게 되었다고.......

"히로시 도련님!"

밖에서, 검은 양복을 입고 선그라스를 낀 한 남자가 제대로 된 교복을 들고 다급하게 나타났다. 그 남자를 보고 히로시는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표정을 짓더니 다시 엄한 표정으로 바꾸었다.

"왜 이렇게 늦은 거야!"

"죄송합니다. 도련님."

"야, 야. 그만 둬라, 히로시. 안와도 되는 때에 이렇게 널 위해 와 준게 어디냐?"

"맞아. 그쯤하구 빨랑 그 치마나 제대로 갈아입고 와."

히로시가 화를 내자 주위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시끄러!"

크게 소리치기는 했지만, 더 이상 말을 이을 형편이 못됬다. 장난이기는 해도, 단순하게 상황에 안맞는 야유는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무언가 더 말하고 싶은지 입술이 조금씩 씰룩거리기는 했다. 결국, 할 말을 찾지 못한 히로시는 교복 바지를 낚아채듯 받더니 탈의실로 갔다. 그 선그라스를 낀 사람이 히로시의 엉덩이를 가리며 따라가자, 교실은 삽시간에 웃음의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뒤에 따라가는 사람도 참 안됐다. 도련님 잘못 만나 같이 웃음을 받아야 하다니....... 그나저나 히로시 집에 저 찢어진 치마는 또 뭐지? 이런 여러가지 잡다한 생각을 하며 고타로우는 히로시를 기다렸고, 무엇 때문인지 옷갈아 입는 것 치고는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히로시가 바지를 입고 나타났다. 이제 됬다는 듯이 당당한 표정으로 교실 문을 열었기 때문인지, 또다시 한번 웃음이 터졌다.

"뭐 했길래 오늘 상태가 그래?"

"....... 트레이닝 난이도를 너무 높여 버렸다. 뭐, 그렇다고 힘들었던 건 아니지만."

잠시 머뭇거리던 히로시는 고타로우의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 마지막에 아무렇지 않았던 듯한 말은 그냥 무시해 버리고, 무지 고생한 모양이었다.
히로시의 특별한 공부법인 트레이닝은 집안 여기저기에 문제를 내는 기계같은 것을 두고 틀리면 벌칙이 기다리는 것이었다. 작년, 실수로 미샤와 함께 함정에 빠지듯 말려들었던 고타로우는 생고생한 덕택에 그 사실을 알 수 있었고, 덤으로 히로시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헤에, 귓속말?"

"둘이 사이가 꽤 좋구나."

"아냐!"

강하게 부정하는 히로시의 모습을 보고 고타로우는 속으로 살짝 웃었다. 서로 말은 안해도 둘이 서로 조금씩 정이 쌓여왔다는 것 쯤은 둘 다 알고 있었다. 히로시에 대해 아직 모르는 점이 많기는 해도 다른 애들에 비하면 고타로우가 훨씬 많이 알고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히로시, 할 말이 있어."

"뭔 일이냐?"

"오늘 미샤누나와 시아누나 가족의 환영 파티를 할 거야."

"에? 히로시 초대하면 안되는거 아냐?"

타쿠의 의문이 실린 말. 그건 일단 내버려 두고 고보시와 다카시 때와는 달리 중간을 생략하고 히로시에게 너무 갑자기 말을 했는지 히로시는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차, 고타로우는 좀 서둘러 이야기를 했다는 것을 뒤늦게야 깨달았다.

"그게 말야......."

고타로우가 어떻게 된 일인지 이야기를 하려고 했지만, 필요가 없어진 듯 했다. 히로시가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기 때문이었다.

"돌아온 거냐?"

"응. 깜짝 파티야. 6시 쯤에 다같이 하기로 했는데 카오루랑 같이 올래?"

고타로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말했다. 그 후의 히로시의 생각은 히로시의 동작을 보고 읽을 수 있었다. 천사를 본 듯한 감동적이 표정, 눈물을 글썽이며 두 손을 하늘로 펼친 모습과, 다시 인상을 찌뿌리며 주먹을 여기저기 휘두르는 모습이 번갈아 나타났다. 각각 미샤와 시아를 생각한 모습이라는 것 쯤은 당연한 말이었다.

"히로시, 괜찮을까?"

"가서 사고칠 것 같은데."

히로시의 감정 표현이 좀 과격했는지, 타츠키와 타쿠가 걱정되는 눈빛으로 말했다. 둘 뿐만이 아니라, 주위의 사람들이 히로시를 보는 표정들도 좀 이상하다는 눈치였다.

"아냐! 그리고 당연히 가야지! 시아는 내버려 두고 미샤씨가 왔는데."

'시아는 내버려 두고' 가 맘에 안 들기는 했지만, 예전부터 그래온 데다가 시아가 악마인 것을 알았기 때문에 고타로우는 굳이 화를 내지는 않았다. 생각해 보면, 그때 시로와 시아가 히로시 때문에 상당히 긴장했을 법 했다. 시도때도 없이 악령퇴치를 외쳐대며 달려들었으니까. 고타로우는 빙긋 웃었다.

"카오루 데려오는 거 잊으면 안돼"

"날 뭘로 보는 거야! 쓸데없는 걱정 마."

"거기 넷. 자리에 앉거라. 수업 시작했다."

언제 종이 쳤는지, 선생님이 들어왔다. 다시 확인하는 듯 서로 눈으로 살짝 신호를 보낸 후 모두 자리에 앉았고, 수업이 시작되었다. 그 때, 창문 밖으로 흰 날개가 지나갔다. 하지만 고타로우는 그것을 느끼지 못한 채 책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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