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아주 추운 겨울날의 꿈
살을 도려내는 것 같은 추위로
꿈과 현실을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정신이 혼잡해지고
희미하게라도 남아있던 기억은
눈으로 뒤덮여만 가고
원인을 알 수조차 없는 추위
몇 년 만의 추위인지
몇 십 년 만의 추위인지 모르지만
분명히 극한에 치달은 추위임은 분명하였다.
그리운 여자아이의 이미지가
이렇게 따뜻할 수가 없었다.
아
그렇지만 이러한 추위는
곧 앞으로 몰아닥칠
흑암의 대 침략의 예표였다.
들어보지도 못하였고
알지도 못하는 흑암의 권세에
대항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이자와 유이치. 집안에서도 절대로 허락되지 않을 것만 같은 따뜻함도 없이. 오늘도 극한의 추위를 이겨내며 일어난다. 이렇게 추운 날은 전에도 없을 것이고 앞으로 후에도 없을 것만 같았다. 나유키도 나가기를 꺼려하는 듯 추워하는 표정이 훤하게 엿보인다. 평소에는 지각할 정도로 급한 일이 자주 지겹도록 일상생활처럼 일어나도 나유키의 표정은 전혀 급박해하는 기색이 없었고 평소의 무표정으로 유지되었지만 이 극한의 추위가 더 극렬해지니 표정이 당연히 변할 수밖에 없다. 유이치는 나유키의 엄마 되는 아키코의 마이페이스도 이 극한의 추위로 인해서 깨트려 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그렇지만 여전히 아키코의 표정은 평소 그대로 마이페이스였다. 유이치는 아키코의 그러한 마이페이스를 좋아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며칠간 계속되는 추위. 영하를 내려가는 최고온도. 강력한 시베리아 기단의 영향은 계속되고 있었다. 기상이변으로 의심될 정도로 말이다. 대체 이 전무후무한 극한추위의 원인은 무엇일까? 유이치도 강력한 극한추위의 원인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듯 표정이 깊은 생각에 잠긴 듯 알 수없는 표정이다. 그렇지만 유이치 에게는 그런 것을 학술적으로 깊이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지도 모른다. 아니 무리이다. 그러한 생각을 때려치우고 유이치는 아침을 다 먹은 후에 나유키와 같이 학교로 향한다. 바깥과 집안은 차원이 달랐다. 온도로 완전한 차이가 있었다. 집안과 바깥의 온도는 하늘과 땅차이보다 심각할 정도이다. 유이치는 벌써 오들오들 떨기 시작하고 나유키도 익숙하지 못한 추위가 느닷없이 닥치다 보니 조금씩 덜덜덜 떨기 시작하는 표정이 명확했다.
나유키 : 우~. 너무 추워-_-;;
유이치 : 그것은 내가 해야 할 말인데?
나유키 : 우~~. -_-
유이치 : 그래도 너는 여기에서 이미 익숙하니깐 나보다 괜찮은 거라고. 나는 완전히 알몸으로 나온 기분 같아.
나유키 : 그건 그래. 그렇지만 이것은 추위를 넘어선 고문이야.
유이치 : 그것도 역시 내가 해야 할 말이다. 으. 살을 도려내내.
역시 추위의 극한은 이미 극한대로 치달은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