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카라드 하트세어의 아버지는 카라드 하트세어를 이 성당에 입적 시켜서 성당 안에서 작은 성령과 교류하는 연습을 하거나 큰성당의 이곳 저곳에 있는 램프를 닦거나 다 타버린 양초를 가는 등의 작은 잡일을 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렇게 생활하고 있었던 어느날 사탄은 카라드 하트세어를 자신의 피조물인 사술사로 만들기로 결심한다. 그리하여서 사탄은 악마들 중에서 자신이 가장 총애하는 악마인 바리베르트를 성 그린우드 성당으로 보낸다. 바리베르트는 사탄으로부터 가장 총애받는 악마로써 악마들 중에서 가장 강력하다. 다른 어떤 대악마, 상급악마보다 훨씬 강력하다. (사탄도 악마이지만 사실 모든 악마들과 모든 지옥의 최고의 신이다.)
그리고 사탄과 악마들과 사탄의 사역자들 사이의 중보자이기도 하며 파리교단의 대 교주이다. 강력한 악마가 오니 사람들이 당연히 놀랄 수 밖에 없다. 곧 성령사들이 모여들고 그들이 성령들을 소환해내어서 바리베르트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바리베르트는 성령들의 공격을 받아서 밀리기 시작한다. 이때 카라드 하트세어는 밖에서 나는 싸움 소리를 듣고 이쪽으로 온다. 바리베르트는 잘 되었다 싶어 카라드 하트세어를 부른다.
바리베르트 : 나의 얘기를 들어줘...
카라드 하트세어는 바리베르트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바리베르트한테 간다. 무엇인가에 홀린듯이 달리듯이 달려가 바리베르트를 껴안는다. 바리베르트는 카라드 하트세어에게 곧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갑작스러운 충격이 카라드 하트세어의 온몸에 느껴졌다. 놀라기는 바리베르트 쪽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바리베르트는 공격적인 자세를 풀고 카라드 하트세어에게 말을 걸어왔다.
바리베르트는 자신의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카라드 하트에서에게는 잘 알아듣게 할 수 없는 말들이었지만 뭔가가 카라드 하트세어에게 전해오는 것이 강하게 역사하였다. 그리고 바리베르트에게서 악한 기운이 사라져갔다. 평안함과 휴식, 고요함이 바리베르트를 감쌌다. 뭔가가 일어나고 있었지만 그 당시 그것이 무엇인지는 카라드 하트세어는 잘 알 수가 없었다. 바리베르트는 조용히 사라졌다. 모두를 죽일 것 같은 살기도 없어지고 햇살 속으로 천천히 녹아 갔다.
카라드 하트세어는 자신이 무슨일을 하였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잔인무도한 바리베르트를 조용히 잠재운건지 아니면 조용히 쫒아낸건지는 몰라도 이 일로 인해서 카라드 하트세어는 정식 성령사의 칭호를 받는다. 하트세어라는 이름은 이 당시에 세례명으로 받은 것이다.
성령사라는 직업은 카라드 하트세어에게 꼭 맞는 일처럼 보였다. 규칙적인 생활, 성스러운 존재들과 교류. 놀라움과 경이로운 일들의 연속이었다. 카라드 하트세어에게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는지 아니면 신의 은총이 내린 덕분인지 카라드 하트세어의 신앙심과 신성 마법 실력은 날로 늘어갔고 아주 젊은 나이에 사제의 칭호까지 받을 수 있었다. 카라드 하트세어는 사제가 되면서 도서관을 관리하는 직책을 맡았다. 도서관은 좋은 곳이었다. 그 속에는 많은 지식들이 잠자고 있었다. 책과 함께 호흡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카라드 하트에서가 드디어 악령술을 접하게 된 것도 책을 통해서 이다. 물론 최초에는 그런 책들을 직접 접할 수 없었다. 성당의 도서관 중 가장 방대한 지하 도서관 같은 곳은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사제들에게조차 도서 열람, 심지어 출입까지도 엄격히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옥의 신 사탄은 자신의 일이 계획대로 차근차근히 체계적으로 순로롭게 진행되어가는 일을 보아가면서 매우 기뻐하게 된다.
아까도 말했지만 히스로드 교가 궤멸하면서 악령술이라는 것은 고대에 소멸한 마술이다. 가장 위대한 사술사이며 동시에 사탄으로부터 가장 총애받는 사탄의 제자인 실피아 슈피리티스무스가 수천 년 전 세상을 승하하면서부터 정통 악령술은 대가 끊겼다. 물론 간간히 떠도는 복제 문서들과 구전으로 전해지던 간단한 악령술은 명맥을 유지했지만 위대한 사술사 실피아 슈피리티스무스가 사탄의 명령으로 완성한 많은 악령술이 알 수 없는 신비의 마술로 베일에 가려져 있던 것이다.
카라드 하트세어가 악령술이 담긴 책을 접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그러나 그 우연은 다 사탄의 계획이요 사탄만의 힘으로 만들어진 우연이었다. 어느 날 카라드 하트세어는 성당 지하에 있는 큰 도서관을 순찰하다가 한 여인과 맞닥뜨리게 되었다. 메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인인데 카라드 하트세어가 보기에는 도서관장의 심부름을 하는 그런 여인인 모양으로 보였다. 그 여인은 그 장소에 있어서는 안될 사람이었다. 성당의 지하 도서관은 일반인이 출입할 수 없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메이라는 여인은 카라드 하트세어를 보자 당연히 일부러 놀라서 달아났고 그 도중 선반에 놓여 있던 궤짝 몇 개가 떨어져 여인을 덮치고 말았다. 여인은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선반 안에 있던 서적이 밖으로 드러났다. 그 서적들의 내용을 보는 것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던 이유는 우연히 밖으로 나온 서적의 내용을 보고 나서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그 이유는 고대 악령술과 고대 흑마술 등 금지된 마술에 관해 체계적으로 기술된 서적들이 지하 도서관 장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카라드 하트세어는 그 내용을 보아버렸고 그 중 펼쳐진 책장의 내용을 무심코 소리 내어 읽었다.
그러자 카라드 하트세어 앞에 거대한 악마가 등장했다. 그 악마는 자신을 사울리안이라고 소개했고 카라드 하트세어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도 했다. 다른 세계에서 지루한 기다림 끝에 카라드 하트세어의 부름을 듣고 메이라는 여인의 몸을 빌어 패로힐 대륙으로 건너왔다는 것이다. 바로 사탄이 미리 다 게획하고 보낸 악마인 것이다. 그 당시 카라드 하트세어는 사태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순진한 처녀가 악마의 모습으로 바뀌는 데 많은 당혹감을 느꼈다. 결국 그 때 카라드 하트세어는 사울리안과 제대로 된 대화도 없이 그 악마를 물러가게 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렇지만 지옥의 신 사탄은 자신의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됨을 보고 매우 기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