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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학교 수업이 시작할 때 시아네 집에는 약간 침체된 기운이 감돌았다. 고타로우가 떠난 뒤로, 미샤는 먼 하늘을 바라보는 듯 넋을 읽은 표정을 죽 짓고 있었고, 그 때문인지 모두들 거의 말을 나누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가끔씩 그런 분위기를 깨 볼려고 한두마디 정도 나누기는 했지만, 분위기를 올리려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 조용하구만......."

결국 타로가 먼저 솔직한 입을 열었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이제껏 주고받은 대화중에서는 지금의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 말이었다.

"아, 죄송합니다."

그제서야 미샤는 집안 분위기를 눈치챈 듯 넋이 나간 표정을 바로 고치고 사과했다. 그리고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그런 미샤에게 타로와 시아는 대답 대신에 따라 웃음을 지어주었다.

"학교로....... 가고 싶은 거죠?"

시아가 물어보자 미샤는 머뭇거리며 볼을 긁적이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죄송해요. 저희도 이렇게 가두다시피 하고 싶은 건 아닌데......."

"아니야. 나 때문인 걸 뭐......."

미샤가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 아직은 어색한 분위기가 다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조금 분위기가 밝에 흘러가는 듯이 보였다.

"냐옹아! 너도 좀 껴봐라."

"시끄럽군. 내가 네 의도대로 분위기를 띄울 성 싶으냐?"

"뭐야?"

"악마한테 기대할 걸 기대해라. 넌 아직 한참 멀었다."

"....... 헹, 됬다. 냉혈악마군. 싫으면 관둬. 말리진 않을 거니까."

아까부터 창 밖만 바라보는 시로를 대화에 끌어들여 (안좋은 방법이었지만) 서로 한판 붙으면 조금 더 분위기가 밝아질 거라고 얘상했던 타로였지만, 시로가 무관심한듯 시큰둥하게 말하자 토라진 듯 구석에 돌아서 버렸다. 그런 타로를 보며 한심하다는 듯, 그렇지만 더 이상의 말싸움이 귀찮다는 듯이 타로는 아주 작게 한숨을 쉬었다. 무리도 아니었다. 원체 그런 일에 익숙치 않은 탓도 있었지만, 그럴 맘이 있었다고 해도 지금 창문 밖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볼 때는 더더욱 무리였다. 시로는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하고 살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창문 밖을 쏘아보았다. 무언가 움찔하더니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

"그래도, 역시 집 안에서만 있는 것 보다 집 밖에서 무언가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나봐요."

"확실히......."

모두 다시 약간 어두움이 깔렸다. 그런 세사람을 보던 시로는 무언가 결심한 듯 갑자기 일어났다. 모두 시로를 쳐다보았다.

"무슨 일인가요?"

미샤가 물어보았지만, 시로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채로 망토 안쪽을 뒤적거렸다. 그러다가 파란 구슬 같은 것을 꺼내 높이 들었다. 그리고 큰 소리로 외쳤다.

"너의 주인으로서 부르노라!"

마력이 실린 탓에 목소리가 울렸다. 모두 순간 움찔했을 때, 파란 빛이 감돌았던 그 구슬이 붉게 빛나더니, 구슬에서 검은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처음에는 안개같이 흔들리던 그 형체는 점점 뚜렷해졌다.

"후후, 멍청하긴. 결국 내 도움 받게 되 있다고 해도 말 안듣고 똥고집 부리더니만."

"....... 이번 유머는 좀 웃기는군. 똥개."

"야! 너 마견신을 도대체 뭘로 보는 거야?!!"

형체를 알아 볼 수 있을 만큼 뚜렷해지자 마자 시로와 말싸움을 해 대는 그 동물은 개의 모습을 했지만, 등에 악마의 날개가 달려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탓에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자, 그런 모두를 느끼고 그 동물(이라고 해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동물)은 헛기침을 하더니 목을 가다듬었다.

"모두들 놀라는 게 당연하지. 나같은 녀석들은 악마인 자들도 쉽게 모습을 볼 수가 없거든. 이몸은 귀하고 위대한 마계의 견신 'Solide.De.Flume'. 능력을 인정받은 자를 주인으로 인정하고 따르는 악마다. 뭐 보다시피 지금은 저 애송이가 주인이지만. 이름으로 다 부르기는 힘드니 리드라고 불러주면 좋겠군."

말투는 그럴 듯하게 하긴 했지만, 뒤에 꼬리를 흔드는 게 멋있다는 이미지와는 상당히 먼 모습이었다.

"타로같은 녀석 하나 더 부르기 싫었는데......."

"뭐야!"

시로가 한숨을 쉬며 말하자 타로와 리드 둘다 소리쳤다. 그러나 그 외침은 그냥 무시해 버린듯, 갑자기 시로는 표정이 차갑게 변했다.

"잠깐 나가봐야 하니까 리드 넌 여기 좀 지키고 있어봐."

"에? 너 시아 옆에 붙어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멀리만 안가면 상관 없어. 그리고 절대 밖에 나오면 안돼."

"심심하게 왜?"

리드의 반문에 시로는 아무말 없이 얼굴로 창문 밖을 가리켰다.

"!!!"

모두 그제서야 왜 시로가 아까부터 아무말 없이 창문만 바라보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시로의 몸짓은 상당히 위험한 분위기를 충분히 알려 주는 듯 했다.

"훗, 긴장되는 군. 오자마자 스릴이라니."

리드만이 웃으면서 기대되는 눈치일 뿐, 다른 사람들은 상당히 두려워하는 기색을 보였다.

"저 멍청한 개가 실력 없는 애송이였으면 부르지도 않았다."

"저게! 야! 거기 안서!"

안심시키려는 듯, 시로가 차분히 말하더니 리드의 말을 무시한 채로 몸이 보이지 않게 하고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약간의 두려움은 다 가시지 않았는지, 모두의 표정이 별로 좋지는 않았다.

"에잇, 뭐야! 내가 미덥지 않다는 거야!"

"아니에요, 그런건......."

"젠장, 이런 분위기가 난 제일 싫다구! 좋아, 두고봐! 내가 분위기를 한창 띄워줄 테니까. 야! 거기 남자! 공 같은 것 좀 가져와봐."



한편, 시로는 천사가 보지 못하게 몸을 감춘 상태로 어디론가 날아가는 천사 한 명을 추격했다. 물론, 집 쪽에 감시가 붙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천사 한명이 새의 모습으로 변장하고 감시하는 건 그 수가 너무 적었다. 그 대신에, 계속해서 다른 천사들이 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건 시로의 눈에 계속 신경쓰였다. 처음 이동을 시작한 시간과 방향으로 보아 틀림없이 고타로우의 학교 쪽, 즉 고타로우에게 날아가는 거였다. 필시 집쪽에 있는 천사는 단순히 움직임을 감시하는 것 뿐인게 틀림없었다.

"아니면....... 날 그저 유인하기 위해서인가, 하지만 그렇기에는 아까 한명 쫓아낸 뒤에는 주위에 천사의 기운이 느껴지지......."

시로가 천사의 의도에 대해 잠시 생각에 잠겼을 때, 어느 순간엔가 학교에 도착했다. 순간, 시로는 크게 놀라 움찔했다. 한 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고타로우 한명에 10명은 너무 많았다. 절대 놏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분명히 나타나는 듯 했다. 시로가 따라간 그 천사는 다른 천사와 대화를 하더니 서로 교대를 한 듯 본래 지키고 있던 천사는 어디론가 날아갔다.

"납치하겠단 건가......."

그 때, 지키고 있던 천사들 중 몇명이 이야기를 나누며 시로 쪽으로 다가왔다. 시로는 들키지 않게 뒤로 물러났지만, 이야기가 들릴 수 있도록 어느정도 거리는 유지했다.

"심심하구만, 언제까지 가만히 지키라는 건지."

"지금 달려드면 간단할 텐데......."

"야, 야. 좀 생각하고 말해. 칸쿄는 밤이 되야지 활동할 수 있다구."

'칸쿄....... 라고?'

들어본 이름이었다.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을 알고 있다는 건 실력이 좀 있는 천사라는 뜻이었다. 상당히 성가실 듯 했다.

"칸쿄도 불쌍하지. 빌어먹을 악마 때문에 낮에는 나오지 못하다니......."

"맞아. 어쨌든 심심한 건 마찬가지야. 빨랑 나도 교대시간이 왔.......!!!"

순간, 칸쿄라는 이름을 말했던 그 천사가 뒤쪽으로 갑자기 돌아서더니 붉은 화살같은 것을 날렸다. 시로의 몸에서 약간 많이 비껴나갔다. 그제서야 시로는 이야기에 빠져 잣니이 너무 가까이 다가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둘러 시로는 다시 집쪽으로 날아갔다. 천사들을 상대하기에 힘이 부족한 건 아니었지만 밤에야 일을 할 수 있다는 말은, 일단은 지금은 괜찮다는 뜻이었으니까. 굳이 일을 크게 만들 필요는 없을 듯 했다.

"무슨 일이야?"

"....... 아니, 신경과민인가......."

다행이, 눈치챈 것 같지는 않았다. 시로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학교에 애완동물은 힘들테고, 어떻게 해야 하나......."

무엇이 목적인지는 몰라도, 일단 위험한 게 미샤만이 아니란 것은 확실해졌다. 무언가 손을 써야 했다. 시로는 잠시 리드를 생각하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충분히 실력이 있었지만, 개의 모습을 한 외형은 학교까지 동행하기는 힘들었다. 그 때, 시로의 머리에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도, 역시 집 안에서만......."

시아의 말이었다. 시아의 말과 함께 그 표정도 함께 떠올랐다.

"이제 행복하게......."

그와 함께 떠오르는 누군가의 말. 확실히, 위험하다는 것을 핑계로 언제까지고 모두를 집에 가두어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무언가 모두를 밖으로 데리고 나올 방법이.......

"아!"

순간, 시로의 머릿속에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바보같이, 마계의 도움을 받지 않겠다는 생각이 앞서 그런 간단한 생각도 못하다니....... 하지만, 그건 역시 내키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시로는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마음을 가라앉히는 듯 짧은 한숨을 쉬었다. 상관 없겠지. 시로는 하늘을 보았다. 해가 뜬 위치를 보아 지금 출발하면 시노가 돌아올 시간과 대충 맞을 듯 햇다.

"상관없겠지. 나카토의 도움을 받는 건 아니니....... 신에도 다른 쪽 일을 하고 있고......."

시로는 약간의 머뭇거림을 만드는 고민거리를 털어놓듯 말하더니 속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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