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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헉..헉.."
악몽인가.
고타로우는 잠에서 깨어났다.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도대체 왜 그것이 악몽이라고 생각되었을지 고타로우는 잠시 생각해보았다.
하얀 빛이 고타로우 주위를 돌다가 날아갔다. 그것이 왜 악몽인가?
고타로우의 머리속에 그 장소가 생생히 떠올랐다. 달빛이 창백하게 빛나는 곳. 그곳은 고타로우가 자주 가곤 하던 숲 속이었다. 호수가 하나 있고 벼랑이 하나 있는 작은 숲속. 그곳에서 고타로우는 하얀 빛을 만났다.
지금 당장 나가지 않으면 확인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고타로우가 꿈을 꾸면 그것은 종종 맞아 떨어지곤 했다. 나쁜 꿈이 맞아 떨어질 때가 대부분이었지만.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고타로우는 두리번 거리며 방문을 열었다.
드르륵
"오빠."
깜짝 놀란 고타로우는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았다. 자신의 침대에 앉아었다. 왜 있는지 몰랐을지 의심이 갔다. 시노였다.
"오빠 또 어디가?"
시노가 물었다.
"언제 여기 있었어?"
고타로우가 되물었다.
"먼저 대답 해. 내가 먼저 물어봤잖아."
잔뜩 화난 목소리로 시노가 말했다. 하지만 고타로우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말하면 시노가 못가게 할테니까.
"변명 해도 소용 없어. 또 그 숲으로 가지?"
으응. 고타로우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나 시노는 고타로우를 제지했다.
"가지 마. 이제 그 곳에 가지 말란 말이야. 애들이 오빠 이상하다고 다 놀린단 말이야. 가지 마."
"어떻게 알았니?"
고타로우가 물었다. 시노가 대답했다.
"오빠 꿈꿨지? 가지 마세요~ 하면서 소리도 지르더라고. 그 소리 듣고 온거야."
시노가 차가운 것을 내밀었다. 물컵이었다. 고타로우는 입술을 살짝 갖다 대었다.
"안 갈거지?"
시노가 확인하는 차원에서 물었다. 고타로우는 선뜻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곳은 고타로우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었다. 그곳에 있으면 마음이 편했다.
고타로우가 대답을 하지 못하고 머뭇 머뭇 하자 시노는 버럭 화를 냈다.
"왜 대답을 안 하는거야! 빨리 대답 해!"
"..."
화가 난 시노는 고타로우에게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오빠 때문에 나 맨날 놀림받는단 말이야! 내 교과서도 봤잖아. 오빠가 맨날 누가 죽는다고 말하고 다닌다고! 그래서 나까지.. 나까지 이 모양 이 꼴이란 말이야!"
울음을 터뜨리는 시노를 고타로우는 멍하게 바라보았다. 고타로우가 그런 말을 한 것은 사실이었다. 유령이 나타난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고타로우는 평범한 아이가 아니었다. 고타로우는 귀신을 볼 수 있고, 유령도 볼 수 있었다. 남이 볼 수 없는것들을 볼 수 있었다.
"시노 너도 볼 수 있잖아."
고타로우는 시노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러자 시노는 더욱 화를 내며 소리쳤다.
"그래! 나도 한 때는 보였어! 그런데.. 그런데 안 보려고 하니까 이제 신경도 안쓰인단 말이야. 그걸 말하고 다니는 오빠는 뭔데? 뭐냐고!"
"...나도 보지 않으려고 해. 그런데 보여. 난 너같지 않아. 난 너보다 더..."
고타로우는 뒤로 돌아섰다. 방문쪽을 향했다.
"난 너보다 더 그런 기운이 세. 너같이 되지 않아."
시노는 고타로우에게 달려가서 고타로우의 팔을 붙잡았다. 그리고 침대쪽으로 잡아 끌었다.
"가지 마. 가지 않는다고 약속해!"
"그럴 수 없어. 지금 빨리 가봐야 해. 뭔가가.. 날 기다리고 있어."
고타로우가 말했다. 그러나 시노는 막무가내였다. 다짜고짜 고타로우를 침대로 끌어당겨 눕히더니 방문앞을 가로막았다.
"나가지 마. 엄마한테 이를거야!"
시노가 앙칼지게 소리쳤다. 고타로우는 다시 일어났다. 일어나면서 옆에 탁자를 세게 걷어찼다. 쨍그랑, 물컵이 떨어져 깨졌다. 시노가 조용히 웃었다.
"후훗. 잘됐네. 이제 나가면 오빠 발엔 유리 조각이 박히는 거네? 그래도 나갈거야?"
그러나 시노의 예상은 빚나갔다. 고타로우는 그대료 유리조각을 밟았다. 붉은 선혈. 붉은 피가 흘렀다.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시노를 제치고 고타로우는 방문을 열었다. 핏자국이 바닥에 찍혔다.
고타로우는 맨발로 달려갔다. 발이 몹시 쓰라렸다. 하지만 고타로우는 계속 달렸다. 그 숲속으로 가야한다.
딱딱한 모래바닥을 지나 부드러운 풀밭에 다다랐다. 아직도 피는 흘러나왔다. 피가 풀밭을 적셨다.
숲에 다다르자 고타로우는 꿈에 나타났던 자리에 섰다. 정확히 그 자리였다. 발이 너무 아파서 고타로우는 무릎을 꿇었다. 달빛이 고타로우를 향해 내리쬐었다. 그렇지만 어제처럼 창백한 달빛이 아니었다. 부드러웠다.
발이 너무 아파서 고타로우는 털썩 주저앉았다. 시노가 옳았던 것일까? 하얀 빛은 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무한한 인내심으로 고타로우는 하얀 빛을 기다리기로 했다.
부스럭
소리가 나는 곳으로 휙 돌아보았다. 풀숲이었다. 누가 보고있는 것 같아 고타로우는 영 불안했다.
"거기 누구지?"
고타로우가 풀숲으로 다가가자 그 소리는 더욱 많이 들렸다.
부스럭 부스럭 부스럭
풀숲을 홱 젖혔다. 안에 누군가 있었다. 그런데 한번도 보지 못한 얼굴이였다. 고타로우와 또래정도 혹은 더 커보이는 여자아이였다.
"음? 누구야?"
다짜고짜 고타로우가 물었다.
"아.. 예?"
소녀는 화들짝 놀라며 고타로우를 바라보았다.
"왜 여기 있지?"
"예? 어.. 저는 그냥..."
고타로우가 대뜸 물어보자 소녀는 머뭇거렸다. 그러다가 갑자기 소녀는 벌떡 일어났다.
"미안해요! 가봐야겠어요."
"응?"
소녀는 고타로우를 지나쳐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녀는 갑작스럽게 사라져 버렸다.
"귀신인가..?"
고타로우는 그 소녀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다시 하얀 빛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 하얀 빛은 끝까지 오지 않았다. 피곤해진 고타로우는 그만 풀밭에서 잠들어 버리고 말았다.
"엄마. 오빠가 나갔어요."
시노는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는 밤에 쨍그랑 소리를 듣고 왔다. 그리고 바닥에 흩어져 있는 핏자국을 바라보았다.
"고타로우 피니?"
시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엄마는 매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시노에게 들어가서 자라고 한 후, 엄마는 유리조각을 치운다고 컵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컵에는 핏방울이 묻어있었다. 굳지 않았고 아직도 붉게 빛나고 있었다.
참을 수 없이 강한 충동이 밀려왔다. 엄마는 무릎을 꿇고 유리조각 하나를 집었다.
"안돼..."
내팽겨쳤다. 그리고 벌떡 일어나더니 바깥으로 달려갔다.
"고타로우-"
고타로우-
고타로우-
고타로우-
엄마는 핏자국을 따라갔다. 풀밭에는 핏자국이 참 많이도 찍혀있었다. 풀밭에 누워있는 고타로우가 보였다. 그리고 아직도 발에서는 붉은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정말 피가 오래도 나는군.. 그렇게 생각했다.
엄마는 고타로우를 업었다. 그리고 집으로 데려갔다. 현기증이 났다. 피냄새가 자꾸만 유혹했다.
고타로우의 엄마 시마는 고타로우를 잠시 눕혔다.
"..안돼."
억지로 충동을 누른 시마는 다시 고타로우를 업었다. 절대로, 절대로 내 자식에게 이빨을 꽂지 말자... 그렇게 시마는 다짐했다.
하지만 언젠가 다시 충동이 생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
해설위주로 썼군..
짧습니다.ㅁ
  • profile
    The。샤샤™ 2005.02.15 18:24
    아..아.. 앗!!!! 이 이야긴.. 타로시절때랑 비슷한! 스토리~~!
    그럼 미르님 다음편을 기대하겠습니다..
  • ?
    Cute☆미샤★ 2005.03.18 19:30
    스또리~~ 시마라는 이름이 왠지 익숙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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