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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타로씨..."
시아는 할말을 모두 잃고 미샤 옆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토록이나 보고싶었던 사람. 몇년동안 잊고 살아왔던가!
"타..타로씨.."
한 발짝 한 발짝 다가올때마다 시아는 타로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타로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 때는 기모노를 곱게 차려입고 있었지만 지금은 헐거워진 누더기를 걸치고 있는 여인. 아니, 소녀의 모습 그대로였다.
"시마?"
타로가 시아의 이름을 부르자 시아의 눈에서 참아왔던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타로씨이!"
시아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반가워서 흘리는지, 슬퍼서 흘리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 모습으로.
타로는 시아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무릎을 꿇은 시아의 손을 잡아 주었다.
"시마."
타로가 나지막하게 시아의 이름을 불렀다. 시아는 눈물을 닦고 웃는 얼굴로 타로를 바라보았다.
"타로씨."
시아는 몸을 일으켰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다리가 휘청거렸다. 타로와 시아는 조용히 포옹했다. 옛 부부의 재회라는게 이렇게 감동적인 거였을까? 미샤는 소파에 힘들게 기대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며 훌쩍거렸다.
"우에에엥~ 너무 슬프잖아."
타로와 시아는 포옹을 풀었다. 시아는 다시 눈물을 흘렸다.
"다신 못 만나는 줄 알았어요."
"나도 그랬어."
느끼했지만, 감동적이었다. 미샤는 계속 눈물을 흘리다가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으어어어엉! 우어어어엉!"
사샤는 미샤의 우는 모습을 못마땅하게 쳐다보았다.
"무슨 장례식이냐?"
사샤가 쏘아묻자 미샤는 고개를 흔들며 통곡을 그쳤다.
"미안."
타로와 시아는 그렇게 만남의 순간을 끝냈다. 시아는 눈물을 닦았고, 미샤에게로 다가왔다.
"미샤언니. 고마워요."
"헤헤헤~ 뭘. 난 옆에서 보기만 했는걸."
미샤는 뒤통수를 긁적였다.
"미샤 천사님. 감사합니다."
타로였다.
"우웅~ 괜찮아요. 감동적이더라구요. 헤헤헤."
미샤는 계속 웃어댔다. 마음이 정말 가벼웠다.
"자, 이제 시아 송별회를 시작하겠습니다~"
미샤가 외쳤다. 그러자 탁자 위에 먹을것들이 잔뜩 나타났다.
"이게 다 뭐에요?"
시아가 물었다.
탁자 위엔 온갖 먹을것들, 그러니까 신들이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놓여져 있었다. 보통 인간은 구경조차 할 수 없는 것들.
"이건 천사도 못먹는 거잖아."
사샤가 말하자 미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예수님이 허락해 줬거든. 정말 좋은 분이야. 그치 그치?"
예수님이라고 하자 사샤는 아무말을 하지 않았다.

"미샤, 이것은 신들의 음식이란다. 뭔지 잘 알겠지?"
"네에~!"
미샤는 탁자 위의 몇가지 음식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들은 예수님같은 분들만 드실 수 있는 것이지요?"
"그렇단다. 하지만 미샤가 오늘 시아라는 아이를 인간으로 만들려고 하고 송별회를 한다니 내가 특별히 허락한 거란다."
예수님이 말했다.
"하지만, 내가 이것을 준 정말 이유는.."
"헤에?"
"이 음식을 천사가 먹으면 아무런 지장이 없지만, 천계의 인간이 먹게 된다면 하계의 인간이 될 수 있는 효과도 있단다."
예수님이 말하셨다.
"그러므로, 이것을 먹게 되면 별 거추장한 일을 하지 않아도 곧바로 하계의 인간이 될 수 있지."
"그렇군요."
미샤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주의할 점이 있단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저 시아란 아이가 아직까지도 마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느꼈단다."
미샤는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말씀이세요?"
"그러니까, 시아는 악마였다는 걸 나도 알고 있지."
미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죽을때의 마력이 함께 시아의 영혼을 따라온 것이란다."
미샤는 이해가 되지 않아 다시 고개를 갸웃했다.
"다시 말해서, 육신곁에 머물러 있던 마력이 육신이 죽으면서 함께 소멸되지 않고, 그대로 영혼을 따라 온 것이란다."
미샤는 그 말이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대강 알아 들은 것으로 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악마의 힘이 아직 시아의 몸에 머물러 있어서, 인간이 되기 전에 그것을 없애 주어야 하지."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주의할 점은 이것이다."
미샤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수님의 말씀을 들었다.
"시아에게 음식을 건내 줄 때에는, 성수를 마시게 하여라. 그럼 시아의 악마의 힘이 씻겨나갈 것이다."
미샤는 속으로 생각하며 손가락으로 꼽았다.
'성수를 마시게 한다.'
"그다음에는, 물을 마시게 하여라."
미샤는 손가락으로 또 꼽았다.
'성수..다음엔 물.'
"그렇게 먹인 후에, 너는 시아에게 아무 음식이나 먹도록 해도 괜찮단다."
미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타로에게는 먼저 물을 마시게 한 다음 다른것을 먹여라. 물이 먼저란다. 물을 먼저 마시게 되면 다른 음식의 효과가 떨어져 그대로 천계의 몸이 된단다."
미샤는 다시 손가락을 꼽았다.
'시아에게는 성수, 물, 다른거. 타로씨에게는 물, 다른거.'
"알겠습니다~!"
미샤는 씩씩하게 대답했다.
"그럼 그 주의할 점만 잊지 않으면 된단다. 좋은 시간 보내거라."
예수님은 꽃미소를 지으시더니 워프와 함께 사라지셨다.

시아와 타로, 미샤와 사샤는 소파에 얌전히 앉았다. 미샤는 놓여있는 고귀한 음식들을 바라보더니, 곧 예수님이 하셨던 말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시아는 뭐가 먼저지? 성수, 음식, 물인가? 물, 성수 음식인가..?'
미샤는 골똘히 고민했다. 그리고 앞에 있는 먹을것 하나를 집었다. 무척 맛있게 생겼다. 미샤는 포크로 그 음식을 찍고 입에 넣었다.
"맛있다~"
미샤는 즐겁게 미소를 짓더니 곧 마구 먹어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면서 생각을 정리할 생각이었다. 다행이 타로와 시아는 지난 이야기를 하느라 음식엔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어떻게 했겠어요, 당연히 그대로 받았지요."
무슨 이야기를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무척이나 즐거워 보였다. 미샤는 미소를 짓고 다시 냠냠하고 먹어댔다.
처음엔 생각을 정리할 생각이었지만.. 먹어보니 너무 맛있어서 그만 미샤는 혼자서 먹고 있었다.
"냠~ 와 이거 맛있다~ 사샤도 먹어~"
사샤는 피식 하고 웃었다.
"뭐, 나라고 못먹을 것도 없지만 천천히좀 먹어라."
"이걸 평생에 한두번 먹어볼까 하는 건데 뭐. 헤헤헤!"
미샤는 시아에게 고개를 돌렸다.
"시아랑 타로는 안 먹어요?"
시아는 미소를 지었다.
"뭐 부터 먹을까요?"
미샤는 잠시 생각을 해 보았다.
'성수, 음식, 물?'
성수 음식 물이 아닌 것 같았다.
'아마도 성수, 물, 음식이었던 것 같아.'
미샤는 그렇게 생각하고 성수를 집었다.
"이거 먼저 마셔, 시아!"
시아는 미소를 짓고 미샤가 준 성수를 받았다. 그리고 조금 마셨다.
"그리고, 타로씨는 물 마셔요!"
미샤는 타로에게 물을 주었다. 타로도 물로 목을 조금 축였다.
이 다음이 중요했다. 타로는 그다음에 먹을것이라는 것을 확실히 기억했다.
"타로씨. 이거 한 번 먹어보세요! 평생에 한두번 먹어볼까 하는거에요. 진짜맛있어요. 헤헤."
미샤는 타로에게 스테이크 비슷한 것을 포크로 찍어 주었다. 타로는 포크를 받아 들고 스테이크를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러더니 미소를 지었다.
"맛있네요. 시마가 만든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시아는 방긋 웃었다.
"그럼 시아도 한 입 먹어봐요!"
미샤가 말했다.
"그럴까"
시아도 포크를 받더니 스테이크를 베어물었다. 시아는 방긋 웃더니 미샤에게 찬사의 말을 했다.
"정말 맛있어요, 미샤 언니. 사샤씨는?"
시아가 사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사샤는 말로 표현 할 수 없이 일그러진 표정을 하고 있었다. 사샤가 들고 있던 것으로 추종되는 튀김 같은 것은 사샤의 무릎 위에 떨어져 뒹굴고 있었다.
"사샤, 왜 그래요?"
시아가 물었다.
미샤는 사샤를 흔들었다.
"사샤, 왜 그래?"
사샤의 표정은 여전히 이상했다.
"사샤님, 왜 그러세요?"
타로가 물었다.
"미..미샤.."
잠시 후 사샤가 입을 열었다. 사샤의 표정은 정말로 질린 것 같은 표정이었다.
"어서..시아에게 물을 먹여.."
미샤는 사샤를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얼른!"
사샤는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 바람에 미샤는 몸을 움찔했다.
"웅..알았어."
미샤는 시아에게 물컵을 주었다. 시아는 갑작스런 사샤의 반응에 놀라며 물컵을 입으로 가져갔다.
사샤는 날개를 한 번 치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날아가 버렸다.
"우웅? 사샤 왜저러지?"
미샤가 고개를 갸웃했다.
"갑자기 화가 나신 것 같은데요."
타로가 말했다.
"그런가 보지?"
미샤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렸다.

"하아. 늦었어.."
사샤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제는 내려가서 마력을 없애는 방법밖에.."

일명 [시아 송별회]가 끝나고, 시아는 미샤를 끌어안았다.
"미샤. 고마워요!"
미샤는 생글생글 웃었다.
"아니야. 괜찮아!"
타로가 물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계로 내려갈 수 있지요?"
미샤는 활짝 웃었다.
"나는 천사잖아요!"
미샤는 시아의 손을 잡았다.
"이제 시아랑 함께 땅으로 날아가면 시아는 하계 인간이 되는거에요."
"사람들한테 보이나요?"
타로가 물었다.
"그러갰지요. 성수도 마셨으니까~"
시아는 미소를 지었다.
"타로씨, 다음에 보도록 해요."
"그래, 시마."
둘은 다시 꼬옥 끌어안았다. 미샤는 다시 울먹였다.
"우에에엥~ 아주 헤어지는게 아니잖아요."
미샤는 손에서 무언가가 생겨나는 것을 바라보았다. 종이였다.

천계의 시아
하계의 생은
인간 히구치 고타로우 곁에서
그를 지켜주다가
히구치 고타로우와 함께 천계로 돌아오는 것

미샤는 쪽지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렷다.
"이게 시아의 임무야?"
"어디요?"
시아는 미샤의 쪽지를 보았다. 그러더니 시아가 미소를 지었다.
"좋은거네요."
"헤헤, 그런건가?"
미샤는 쪽지를 접어 소매에 넣더니, 날개를 폈다.
"이제, 시아랑 함께 하계로 갈거에요. 타로씨."
미샤가 말하자 타로는 손을 흔들었다.
"시마, 나중에 보자."
"네."
시아는 미샤의 손을 잡았다.
"가자, 시아!"
미샤는 시아의 손을 잡아 끌고 구름 위에서 뛰어 내렸다. 순간 엄청난 바람을 느끼며 시아는 하늘로 낙하했다.
"이건 정말 신나는 비행이야아~"
미샤가 뭐라고 말했다.
"그러어엄요오 저어엉마아알 시우어어언하안거어어어얼요오오오오~~~~"
시아도 뭐라고 했지만 발음이 도무지 정확하지 않았다.
"재애애애미이이이이이이써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그으치이이이 시이이이아아아아아아아아????"
미샤도 뭐라고 했다. 둘은 서로 말을 못알아들으며 날아갔다.
미샤가 속도를 내자 둘은 급속도로 하강했고, 곧 인간세상이 조금씩 보였다.
"소오옥도오오르르를 나아앚추우우느는게에에 어어어때에에요오오?"
시아가 물었다.
"무어어어어라아아고오오?"
미샤가 물었다.
"소오오옥도오오르르를 나아아추우우우세에에요오오오오"
"뭐어어어라라라라고오오?"
"소오오옥도오오르르르르르를"
"뭐어어어어라라라라라라고오오오오오????"
결국 둘은 서로 못알아들으며 하강했다. 미샤가 하강한 곳은 전에 살던 집 앞.
"헤에~ 정말 어지럽다."
미샤가 말했다.
"나는 천사면서 이런 일을 해 본적이 없거든. 헤헤헤."
"저도 정말 어지러웠는걸요."
시아도 웃었다.
"이제 이 집으로 들어가면 살림이 다 준비되어 있을거야."
미샤가 말하며 문을 열었다.
"시아. 이제 여기서 잘 살아야 해~ 나 고타로우 얼굴 보고 갈테니까."
미샤는 시아를 집으로 들여보내주며 말했다.
"그럼요. 잘 살게요. 가끔 오셔야 해요."
미샤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땅을 밟았으니 이제부터 시아 넌 하계의 인간이야. 행복해야 해."
시아는 미샤의 말에 생긋 웃었다.
"아 참!"
갑자기 미샤가 시아를 불렀다.
"네?"
시아가 돌아보았다.
"이거..주고싶어!"
미샤는 어디선가 주머니를 꺼냈다. 하얀색이었고, 토끼가 그려져 있었다.
"내가 열심히 만든건데.. 헤헤~ 이 안에 들어 있는거 보면 깜짝 놀랄거야!"
시아는 그 주머니를 받았다. 뭐가 들어있길래?
"고타로우도 줘야 해. 알았지?"
미샤는 주머니를 건내 주고 돌아섰다.
"시아, 안녕!"
미샤는 손을 살짝 흔들어 보였다. 시아는 미샤가 고타로우를 보러 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옆집이었기 때문에, 원한다면 미샤가 고타로우를 보러 가는 것을 볼 수 있었지만 미샤가 혼자있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시아는 미샤가 보이지 않을 때 까지 미샤를 보려다, 그냥 미샤의 뒷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은 후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은 인형으로 가득차 있어서 지저분했다.
'미샤 언니가 해 논 모양이구나.'
시아는 주머니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집을 치우기 시작했다.
다시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는거야!
지극히 평범하면서 평화로운 삶으로!
시아는 집 청소를 다 하고 문득 이런 생각이 났다.
고타로우, 집에 또 혼자 있을텐데 배고프겠구나.
시아는 냉장고를 열었다. 방금 장을 보고 온 것 처럼 냉장고 안엔 여러가지가 들어있었다.
다시 행복해 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한편 시아와 헤어진 미샤는 그 옆집을 살짝 내다보았다. 밤이라서 고타로우는 불을 켜고 공부하고 있겠지.
역시 고타로우는 책상앞에 앉아 있었다. 보라색 머리카락. 고타로우..
'고타로우..'
미샤는 옛날에 그랬던 것 처럼 창가에 얼굴을 바싹 붙이고 고타로우를 바라보았다.
이제 나를 못 보겠지!
'안녕, 고타로우.'
미샤는 생각으로만 고타로우에게 인사를 하고 날개를 폈다.
다시 천계로 돌아가는거야. 고타로우는 날 잊지 않을거야.
고타로우가 다시 나를 보게 된다면 고타로우는 옛날의 고타로우가 되겠지.
미샤는 한번 뒤를 돌아보았다. 고타로우는 미샤가 온 것을 확실히 모르는 모양이었다.
'고타로우. 안녕..'
다시 눈물이 흘렀다. 눈물을 참았다. 고타로우를 못 본 3개월 동안은 아무렇지도 않았잖아. 이런 바보..
미샤는 단호하게 고개를 돌리고 날개를 펴서 날아갔다.
시아, 고타로우. 다시 보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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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쓴건데 짧음..ㅁ

* NZLE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10-24 23:46)
  • ?
    한 정현 2004.08.12 22:19
    시상에..... 만화책 그림 자르기와 대사바꾸기의 압박.....잇힝이 마음에 와닿네요.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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