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9.12 14:00

ST 3편-6: 파티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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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에 와야해! 너무 빨리 오지 말고."

"응,"

"히로시 넌 카오루 데려오는 거 잊지마!"

하교시간, 고타로우는 서로 헤어지면서 서로에게 다시 한번 확인했다.

"도대체 몇번째냐! 암만 맘에 안 드는 동생이라고 해도 내가 빼 놓을 성 싶으냐?"

"응."

"거기다가 이상한 옷도 입고 올 것 같아. 찢어진 치마같은."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건 그냥 잊어!"

"싫어! 메롱!"

타츠키와 타쿠는 히로시가 영 신용이 안간다는 눈치였다. 무리도 아니었다. 어제 히로시가 알면 안되는 살마들이라고 했던 게 약간은 실수였다. 틀림없이 그걸 아직까지 그대로 듣고 있는 게 분명했다. 물론 어제 그 이야기를 할 때는 시아네만 있었으니 몰라도 지금은 미샤까지 있으니 히로시가 쉽게 일을 엉망으로 만들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 집 주소는 알지? 옆집으로 오면 되."

"응 알겠어."

"그럼 나중에 만나."

"잘가라."

""모두 좀 있다가 봐."

조금 있다가 벌어질 파티를 기대하며 고타로우는 셋과 헤어졌다. 타츠키와 타쿠는 집이 멀어서 히로시의 집에 잠시 있다가 오기로 했기 때문에 히로시의 리무진에 올라탔다. 히로시의 큰 리무진에 탄 타츠키와 타쿠가 벌일 작은 소동을 혼자 상상하며 고타로우는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그 때, 고타로우의 머리에 잠깐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 음식은?"

다카시가 갑자기 말한 파티라, 음식 준비를 전혀 생각하지 못해 버린 것이었다. 고타로우는 황당해서 이마에 손을 짚었다. 그리고 지갑을 열어 보았지만 텅 비어 있었다. 고타로우는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 지 잠시 걱정에 휩싸였다.

"아, 통장! ....... 거기다가 전화가......."

황당하기는, 그런 간단한 문제를........ 고타로우는 머리를 쥐어박으며 웃었다. 통장에 있는 돈으로 고기정도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 외 반찬은 전화해서 구해 오라고 하면 될 일이었다. 고타로우는 시계를 보았다. 4시 27분. 고기를 사고 전화까지 하기에는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못했기 때문에 고타로우는 속도를 높였다.



"다녀왔습니다."

사 들고간 고기는 가방에 숨겨두고 고타로우는 다시 옆집으로 들어갔다. 그 때, 갑자기 검은 물체가 고타로우에게 달려들었다.

"야! 저 시노라는 애가 다니는 보육원이라고 하는 곳 애완동물도 들여보내냐?"

"에? 아, 네에......."

검은 물체가 뭐였는지 구분이 잘 가지 않았지만 놀란 고타로우는 마치 사정하는 듯한 말투로 묻는 말에 얼떨결에 대답해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대답을 하고서야 검은 물체가 뭔지 알 수 있었다. 개였다. 고타로우의 대답에 엄청난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을 짓고 구석에 박혀 있는 그 개는 주위에 도깨비 불까지 보이는 듯 매우 불쌍해 보였다. 고타로우는 잠시동안 어떻게 개가 말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상당히 정신이 혼미해졌다.

"오빠~~!"

또 다른 누군가가 고타로우를 향해 달려왔다. 시노였다. 그제서야 고타로우는 지금 자신이 잇는 이 집이 이 세상 상식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사람들이 모인 집이라는 것이 생각났다. 눈 앞에 있는 개도 악마일 듯 싶었다.

"그래, 시노. 잘 다녀왓니?"

고타로우는 시노를 안으면서 말했다.

"응!"

"우냥, 다녀왔어?"

"다녀오셧어요?"

"어서와."

"......."

"다녀왔습니다."

고타로우는 다시 한번 인사하고 신발을 벗었다. 역시나 미샤가 달려들었다. 하지만, 시노를 안고 있던 터라 고타로우는 꼼짝 없이 안길 수 밖에 없었다. 타로가 그 모습을 보더니 또 한마디 할 듯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고타로우는 얼굴이 약간 붉어진 채로 시노를 내려놓았다.

"아, 저기 이......."

고타로우는 얼굴을 긁적이며 검은 개를 가리켰다. 타로가 놀리기 전에 화제를 돌리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사실 단순한 화제돌리기라기 보다는 갑자기 나타난 정체 모를 말하는 개에 대해서 궁금하다는 이유가 더 컸다. 고타로우가 궁금하다는 눈치를 보이자 그때까지 무슨 일인지 모를 충격으로 침울하다 못해 울고 잇던 그 검은 개가 갑자기 폼을 잡더니 입을 열었다.

"재방송은 싫으니 아까보다 짧게 말하지. 내 이름은 'Solide.De.Flume'. 리드라고 편하게 불러라. 마견신, 즉 악마의 일종이다. 그 외 궁금한 건 저기 있는 녀석들한테 물어봐."

아까의 침울해 보였던 것과는 반대로 말투는 상당히 멋있었다. 하지만, 꼬리를 흔드는 모습은 고타로우에게 웃음을 참게 만드는 고통을 주고 말았다. 그 외 궁금한 점은 별로 없었다. 꼬리를 흔드는 모습으로 보아 위험한 성격은 아니라는 확신만 있으면 고타로우에게 충분했다.

"말하는 강아지 넘 조아!"

"우와~ㅅ! 그만 끌어안아, 이 꼬맹이! 으악!"

갑자기 시노가 달려들어 안았다. 순간, 고타로우는 시노가 천사와 악마에 대해 어느정도 알아버린 게 아닐가 하는 걱정이 생겼다. 시노는 악마의 기운도 느낄 수 있어서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생각났다.

"괜찮아, 괜찮아. 이제 시노도 다 컸잖아."

"미샤누나....... 그게 아니라......."

  미샤가 나름대로 무언가 생각을 읽은 듯이 말하긴 했지만 역시나.......

"상관없다. 그냥 말하는 개 정도로만 알고 있을 뿐이니까. 악마의 기운도 이제 느끼지 못하게 된 것 같고. 그리고 말 할 줄 안다는 것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면 저 멍청한 녀석이 사라질 거라고 말해놨으니 아마 입은 걱정 없을 거다."

시로가 그런 고타로우의 생각을 눈치채고 정확하게 고타로우가 원하는 대답을 해 주었다. 일단 어느정도 안심이 되었다.

"이랴!"

"으~! 이 꼬맹이 녀석 여행 갔다가 왓다는 게 기운이 왜 이리 넘쳐! 보통은 쓰러져야 하는 거 아냐?"

"누구 피를 받았는데 그렇게 간단히 쓰러지겠냐."

"앞으로 힘드시겠어요. 리드씨."

고타로우는 점점 시끄러운 집안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가 싫다는 건 아니었다. 혹시 집 안이 많이 침체되어 있지 않을까 많이 걱정했던 참에 그런 분위기는 오히려 반가울 뿐이었다.

"....... 시노나 고타로우나 불쌍하지. 저 바보 피를 이어받았으니."

"야!"

"거기다가 말하는 거 간단하게 들켜버린 저 멍청이도 똑같은 놈이고."

"참지 못하고 꼭 유치하게 토를 다는 넌 뭔데?!!"

"딩동!"

또다시(이번에는 셋이 되어 더 시끄럽게) 말싸움을 벌일 판에 문에서 갑자기 벨소리가 울렸다. 고타로우는 순간 움찔했다.

"저기 리드라고 했죠? 오늘 밤동안은 진짜 개인 척 해 주세요. 시노? 이 강아지 절대 말할 줄 안다는 거 얘기하면 안된다."

"응!"

"어이, 도대체 뭐냐? 감히 나보고......."

리드의 말이 끝나기 전에 고타로우는 문을 열었다. 말로 설명하는 것 보다 깜짝파티이니 만큼 눈으로 보여주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역시나 문이 열리자, 리드의 입이 막혔다. 문 앞에는 편한 옷차림으로 찾아온 고보시와 다카시가 서 있었다.

"고타로우, 조금 빨랐나?"

"아냐, 2~3분 정돈데 뭐."

다카시가 묻자 고타로우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더니 고보시가 커다란 검은 보따리를 고타로우에게 넘겼다.

"아까 부탁했던 음식 재료들. 후, 하마터면 큰일날 뻔했다. 다카시가 준비한 것도 안에 있어."

"아, 그러고 보니 나도 아까 준비한 고기를 그대로 집에 두고 왔네."

"고타로우!"

복도 끝에서 누군가 고타로우를 불렀다. 타츠키와 타쿠, 히로시와 카오루였다. 히로시와 카오루는 다카시와 고보시와는 달리 약간 소름이 끼칠 정도로 멋진 옷을 입고 있었다. 히로시는 결혼할 준비라도 한 것처럼 검은 턱시도에 반짝이는 검은 구두, 거기다가 평소에 끼던 안경보다도 훨씬 고급인게 확실한 안경까지 쓰고 왔다. 카오루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목에서 가슴, 허리까지 엑스자 모양의 천이 가리고 등에는 아무것도 가려지지 않은, 그리고 치마부분은 걸을 때마다 묘한 아름다움을 풍기는 흔들림을 보여주는 붉은 옷을 입고 잇었다. 약간 이상한 점이 있다면, 집에 가지 못했을 듯한 타츠키와 타쿠도 고급정장을 입고 있었다는(집에 가지 못했기 때문에 가방도 메고 있었지만 하여튼) 거였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리 이상할 것도 없었다. 히로시에게 빌렸거나 받았을 거였기 때문이었다.

"저기 저 두사람은......."

"아, 학교에서 새로 사귄 친구들이야."

"으응. 타츠키와 타쿠라는 사람들이구나."

고보시가 알겠다는 듯 끄덕이며 말했다. 전에 서로에 대해 말한 적이 잇어서 따로 설명을 필요 없을 듯 싶었다. 서로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파티 때 하면 되니까."

"히히, 히로시하고 카오루 멋있다고 칭찬해 주니까 이 옷 그냥 주었다~."

타츠키가 웃으면서 자랑했다. 예상했던 대로였다.

"우냥! 고보시 키 많이 컸네!"

"아, 미샤언니 오랜만이에요."

"우오! 미샤씨. 언제봐도 눈부십니다."

"시노, 오랜만이야. 이번에도 머리장식 달아줄까?"

"응!"

모두들 각자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고타로우는 다시 상황을 설명해 주기 위해 뒤돌아섰다. 타로는 갑자기 찾아온 손님이라 아직도 놀란 듯 하더니 고타로우와 눈이 마주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알겠다는 듯 웃어보였다. 시로와 리드는 이게 무슨 바보같은 짓이냐는 창백한 표정으로 고타로우와 손님들을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이상한 점은, 시아는 계속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이었다. 약간 장난기 있는 미소. 설마.......

"마침 잘됐네요. 혹시 이런 일이 생길 줄 알고 음식 재료를 준비해 두었는데."

예상외........ 항상 어벙해 보여서 미샤 다음으로 눈치채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계속 짓고 있던 미소에는 그런 의미가 담겨있었다.

"에? 그럼 이건......."

"나도 고기 준비했는데......."

"괜찮아요. 남는 건 내일 도시락으로 싸 드릴게요."

"우와아 정말, 시아누나?

다카시가 좋아하며 외쳤다. 그 때, 리드가 고타로우에게 잠깐 와 보라고 했다.

"어이, 니가 고타로우 맞지?"

불량배같은 사나운 말투로 리드가 고타로우에게 물어보았다.

"네, 그런데요?"

"설마 불려온 첫날부터 인간들 앞에서 귀여운 강아지 흉내를 내라는 거냐?"

"어쩔 수 없다구요. 저도 덕택에 학원 빠지고 왔는 걸요."

"'어쩔 수 없다' 는 것 치고는 상당히 즐거워 보인다만?"

사실이었다. 학원 빠진 것도 파티도 생각한 건 다카시였지만 지금 무지 즐거운 건 틀린 말은 아니었다. 고타로우는 할말을 잃고 멋쩍은 듯 웃으며 얼굴만 긁적였다.

"상관 없잖아. 아까는 셋 데리고 잘도 놀더니만. 그리고 언젠가 한번 있을 일이고."

"어이......."

"천성이 귀여운 강아지더구만."

이번에는 리드가 할 말이 없어진 듯 싶었다. 뭔진 모르겠지만, 고타로우가 학교에 있을 때 약점을 잡힌 게 분명했다. 리느는 안절부절 못하더니 결국 얼굴이 빨개지며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힘없이 푹 숙여버렸다.

"쳇...... 알겠다구. 하면 돼잖아, 하면."

"죄송해요."

"모두들 들어와. 밖에 서 있지 말고 안에 들어와서 얘기하자구."

타로가 말하자 그제서야 밖에 있던 사람들이 들어왔다. 그리고 다 들어오자 이 계략을 꾸민 다카시가 외쳤다.

"음, 음. 그럼 파티를 시작하겠습니다!"

"와아!"

"예, 예."

아직 음식도 준비가 안 되긴 했지만 파티의 서막을 알리는 모두의 함성과 박수소리가 리드의 불만의 찬 소리를 덮어버리며 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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