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 3편-1: 죽어버린 미샤??? 설마.......

by S시로T*^^* posted Jul 12, 200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주위는 온통 새까만 어둠 뿐이었고, 그 어떤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만을 느낄 수 있을 뿐이었다. 차갑고 섬뜩한 느낌을 주는 그 바람은 소리도 없이 다가와 마치 살아있는 듯이 고타로우의 몸을 더듬으며 꽉 휘감았다. 고타로우는 점점 기분이 이상해졌다. 이곳이 어디인지도 궁금해서였지만, 아까부터 바람에 어떤 냄새가 섞여서 불어왔기 때문이었다. 그립지만, 생각하기 싫은....... 피냄새?

"욱!"

고타로우는 입을 가리며 고개를 숙였다. 오래전부터 잊을 수 없는 냄새였다. 속도 울렁거렸지만, 무엇보다도 머리가 심하게 아파오기 시작했다.

"끼-익! 꽝!"

차 소리. 고타로우 앞에 차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엄마가 누워 있었다. 피를 흘리며.......

"엄마......."

고타로우는 조그맣게 엄마를 불렀다.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그 광경, 그리고 무덤 앞에서도 눈물조차 흘러나오지 않았던 그 슬픔....... 그리고 가만히 안고 같이 울던 아빠....... 차와 엄마는 점점 희미해지면서 사라졌다. 하지만 머리를 조여오는 그 괴로움은 거세지는 바람과 함께 더 아파왔다.

"하아, 하아."

어디선가 힘든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고타로우 말고 누군가 그곳에 있다는 뜻이었다. 고타로우가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가려고 할 때였다.

"휘잉!"

바람이 소리가 나는 쪽에서 불어와 고타로우가 달려가는 것을 강하게 막았다. 그 때문에 고타로우는 잠시 균형을 잃었다. 하지만, 앞으로 나가지 못할 정도로 세게 부는 것은 아니었다. 한걸음, 한걸음, 그렇게 발걸음을 떼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얼마쯤 걸어갔을까.......

"꺄악!"

갸냘픈 비명소리가 들려왓다. 매우 힘없는 듯한 목소리였지만 무엇 때문인지 울려서 상당히 크게 들렸다. 낯익은 목소리. 바람은 더 세졌지만, 고타로우의 속도는 더 빨라졌다. 한참 더 걸어가자 멀리서 희미한 형상이 보였다.
흰 빛을 발하는 두 명의 누군가가 고타로우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 둘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 졌을 때, 고타로우는 순간 숨을 쉴 수 없었다.
세라프와 미샤였다.
미샤는 온몸이 상처투성이인채로 공포에 질려 간신히 도망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를 세라프가 차가운 무표정으로 따라붙고 있었다. 세라프가 천천히 손을 들었다.

"안돼!!!"

고타로우가 소리치며 달려가 막으려고 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세라프는 미샤를 향해 손을 휘둘렀다. 흰 섬광이 미샤의 등을 갈랐다.

"촤악!"

세라프의 공격이 미샤를 맞추고, 달리던 미샤의 속도가 늦추어지더니 결국에는 그 자리에 서 버렸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쉴세없이 불어오던 바람도 그쳤다. 그때서야 앞에 서 있는 고타로우를 보았는지 미샤의 눈이 커졌다. 천천히 미샤의 손이 고타로우 쪽으로 들어올려졌다.

"고...타......."

무엇을 말하려고 했을까. 힘들게 고타로우를 부르려던 미샤는 미처 다 부르기 전에 힘이 다 한듯 쓰러져 버렸다.

"안녕히......."

세라프는 잔인한 미소를 입에 문 채로 가볍게 뒤돌아섰다. 잠시 멈추었던 바람은 세라프가 눈에서 사라지자 다시 불기 시작했다. 고타로우는 천천히 미샤가 쓰러진 곳으로 갔다. 그리고 미샤를 끌어안고 흔들었다. 깨어날 리가 없었다. 고타로우는 얼굴을 미샤의 품에 파 묻고 울기 시작했다.

"미샤누나....... 미샤누나......."

"괜찮아."

어디선가 들려온 미샤의 목소리. 눈 앞이 갑자기 밝아졌다.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쉴새 없이 아침임을 알리는 시계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때는 평상시 고타로우르 깨우기 위해 울리는 시간과 비교했을때 울리기 시작한 지 몇 분 지난 후였다. 잠시 동안 멍해 있던 고타로우는 좀 시간이 지나서야 방금 전 일이 악몽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꿈속에서 느꼈던 공포와 슬픔, 혼란 같은 것들은 여전히 조금 남아 고타로우를 괴롭게 했다. 꿈꾸는 동안 잠꼬대를 했는지 눈가에는 눈물도 촉촉히 맺혀 있었다. 고타로우는 잠시 눈을 감고 마음을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후......."

고타로우는 짧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되자 고타로우는 눈가에 남은 물기를 숨기고 계속 울리는 알람시계를 끄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그 때, 고타로우는 몸이 쉽게 움직이지 않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 토끼귀를 가진 잠옷을 입은 누군가 고타로우를 끌어안고 있었다.
설마... 라고는 생각했지만 고타로우는 '설마가 사람잡는다' 라는 속담이 얼마나 잘 들어맞는가를 몸으로 직접 느끼게 한 천사를 바로 옆에서 볼 수 있었다. 옆에는 미샤가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으며 고타로우를 안은 채로 자고 있었다. 자신이 지금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는 걸까... 고타로우는는 '천사' 라는 말 외에는 형용할 길 없는 그 평화로운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우냥, 고타로우....... 넘 좋아."

고타로우가 아직 시계가 계속 울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였다.

"쪼~옥"

갑자기 미샤가 고타로우의 얼굴을 끌어당기더니 고타로우의 입에 살짝 입맞춤을 했다. 기습적인 공격. 고타로우의 얼굴이 빨개졌다.

"우~~와~~~ㅅ! 미샤누나!"

옆집에서 밥을 짓던 시아, 신문을 보고 있던 시로, 그리고 책을 읽고 있던 타로 모두 고타로우의 목소리를 듣고 놀랄 만큼, 고타로우는 놀라 크게 소리를 질렀다. 시계소리도 놀랐는지 아까보다 소리가 더 커진 듯 했다. 천천히, 미샤가 눈을 떴다.

"후아. 고타로우, 좋은 아침"

미샤는 이 작은 소동을 아는지 모르는지 긴 하품을 하고 고타로우에게 아침인사를 했다. 고타로우는 잠시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쉬고 나서 미샤를 방 밖으로 밀었다.

"잠깐, 왜 그래 고타로우."

"옷 갈아 입으려고."

짧게 대답한 고타로우는 문을 닫고 잠궈 버렸다. 그리고 여전히 빨간 얼굴을 손으로 문질렀다. 하지만, 다음에 이어지는 미샤의 말이 고타로우의 얼굴을 더 빨갛게 만들어 버렸다.

"그럼 나도 고타로우랑 같이 갈아입을래."

"읏, 말도안돼는 소리 하지 마!"

고타로우는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 부끄러운 감정을 숨기려는 듯 고타로우는 알람시계를 세게 껐다. 어쩜 이렇게 미샤누나는 부끄러움을 모를까....

"우에, 그래두 고타로우랑 떨어져 있기 싫은데....."

"......."

고타로우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물론 대답하면 한도 끝도 없이 이어질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사실은 그런 미샤가 좋아서 대답하지 못한 게 더 컸다. 일어난 직후 괴로웠던 자신과 지금, 약간 당황스럽기는 했어도 엉뚱한 미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어쩐지 행복하다는 느낌이 절로 나는 지금이 마음속에서 저절로 비교되면서 기분이 좋아져 말을 하는 것을 잊어버린 것도 있었다. 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에 고타로우는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그 뒤에 살짝 어둠이 깔렸다. 그것은 미샤가 걱정되서였다.

"고타로우....... 고타로우?"

밖에서 걱정되는 듯한 미샤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타로우는 정신을 차리고 길고 긴 옷갈아입기를 서둘러 끝마쳤다. 그리고 방문을 열었다.

"....... 그정도로는....... 죽지 않아."

방문을 열고, 말문이 막힌 듯이 황당한 표정을 짓고 나서 말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밖에 마치 울 듯한 표정을 지으며 미샤가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헤헤, 다행이다."

미샤는 부끄러운 듯이 웃으며 눈을 비볐다. 그러더니 갑자기 고타로우에게 달려들어 고타로우를 꽉 껴안았다. 둘 다 넘어졌다.

"웃, 미샤누나."

"아, 미안. 아파?"

"아니, 괜찮아."

말뿐만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아픈 기색도 보이지 않게 고타로우는 상당히 조심했다. 아주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조그마한 일에도 쉽게 울어버리는 미샤였으니까........
그렇게 서로 아무 말 없이 넘어진 상태로 있었다. 위에 겹쳐져 있는 미샤를 보면서, 고타로우는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 미샤누나, 이제 그만 일어나서 가자. 더 늦으면 지각할 수도 있다구."

"응."

한참 후에야 고타로우가 입을 열었도, 둘은 집 뭄을 열고 나갔다. 문을 잠구고 다시 옆집 문으로 다가갔을 때였다.

"잠깐, 지금 이대로 둘이 같이 들어가 버리면......."

옆집에 들어갈 때가 되서야 고타로우는 생각났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지금 고타로우는 미샤와 한 이불에서 잔 셈이 된 거였다. 타로와 시아, 시로가 뭐라고 생각할 지 뻔한 노릇이었다.

"잠깐......."

문을 열려는 미샤를 고타로우는 잠시라도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때는 늦어버렸다. 미샤는 문을 활짝 열어버리고 말았다.

"다녀왔습니다!!!"

Articles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