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0.03 23:28

빛의 후예(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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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눈이 내리는 숲이었다.
아직 눈이 한번도 내린 적이 없는 것 같아 보이는 가을의 숲을 봐서는
아마 가을을 넘어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첫 눈이었을 것이다.
평온한 기운으로 눈을 맞아, 앙상한 가을의 모습을 떨쳐내고 있었다.
곧 있으면 이 숲에 쌓여 앙상한 가을의 모습을 덮어주겠지.
그런 다음에는 겨울을 넘어 다가올 봄을 맞게되어 다시 새로운 생을 반복하겠지...

그 눈부신 장엄한 광경 속에서 누군가가 걸어가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었을까...?

아마도 군인장교 같았다. 입고 있는 옷과 모자는 다름아닌 어느 군대의 장교들이나 착용하는 형식의 옷이었으니...
허리춤에는 내용이 없는 총집과 칼집이 있었고 그의 옷의 왼쪽 가슴에는 낡아 보이지만 아직 찬란한 빛을 잃지 않은
훈장들이 붙어있었다.
온몸에는 어느 전투를 하던 도중에 입은 상처인지 거의 성한데가 보이지 않았다.
앞에 가거나 뒤에 따라오는 기척이 없는 것을 보면...분명 혼자인 것 같았다...

아마도...어떤 전투에서 간신히 혼자서만 살아남은 것 같았다...

그런데 이 군인장교로 보이는 사람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을 들고 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1살 이하로 보이는 갓난 아기였다...
참으로 희한한 일이었다.
군인이라면 전투를 하기 위해 적을 죽이기 위한 살인을 위한 무기를 장비했을 텐데, 갓난아기라니, 터무니없었다.
게다가 이렇게 심한 부상을 입었다면 움직이기 쉽게 기동성을 높이기 위하여 필요한 무기라도 버리고 갔을 텐데
그렇지 않고 아이를 보물단지처럼 안고 가다니...이 남자는 자기 몸은 아랑곳 하지 않고 최대한 아기를 우선시 하며
어디론가 계속 숲속길을 걷고 있었다.

그런 남자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기는 추웠던 건지, 불편했던 건지, 졸렸던 건지...연방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남자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 아기를 달래기 시작했다.

“하아...이런이런...이런데서 울면 안돼지요...아가씨...우는 아이에게는 선물이 없다는 말도 있잖습니까...”
하지만 아기는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울기만 하였다.
그러자 남자는 주머니에서 조그마한 수통을 꺼내 아이의 입에 갖다 대었다.

“아마 배가 고프신 거지요? 자아...여기 아가씨가 좋아하시던 우유를 대령했습니다요...”
하지만 아기는 배가 고픈 것도 아닌지 남자가 먹여주려던 수통에 든 우유를 그 자그마한 손으로 밀어버렸다.

“응...? 이것도 아닙니까...? 이거 난처하군요....지금으로서는 지금 저밖에 없는 터라 다른 방법은 없는데...”
아이의 울음은 작아지긴커녕 더 커져갈 뿐이었다....
남자는 아기를 달랠방법을 찾느라 정신이 없었다.

“에...장난감을 찾으시는 겁니까? 아님 부모님이신 황제폐하가 보고 싶으신 겁니까?”
완전히 이 아기에 대해 전혀 모르는 듯한 남자였다.
군인이니까 아이를 돌보는 방법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당연했겠지...
그런 군인을 상대로 계속 울기만 하던 아기는 답답했던지 잠시 울음을 그쳤다.

“우...우우...”
그리고는 남자의 옷의 왼쪽가슴에 있는 훈장들을 가리키기 시작했다.

“아...훈장이요? 훈장을 만져보고 싶으신 겁니까?”
남자는 대뜸 자신의 훈장을 빼어 아기에게 주었다.
하지만 아기는 자신에게 쥐어진 남자의 훈장을 뿌리치고는 훈장을 뺀 남자의 훈장이 붙어있던 가슴팍의 주머니를
가리키며 무엇인가를 바라는 듯한 눈빛으로 남자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훈장이 아니라면....아! 이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러자 남자는 자신의 가슴의 주머니에서 십자가 모양의 펜던트를 꺼내서 아기에게 건내 주었다.
그 펜던트를 받은 아이는 그것을 지금 이 남자가 자신을 안고있는 것처럼 꼭 안고 다시 잠이 들었다.

“후후후...역시...아가씨는 소중하게 여기시는 것은 언제까지나 지키시는 스타일이시군요...예...아름답습니다.”
다시 잠이든 아기를 품에 안고 남자는 가던길을 가기 시작했다...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첫눈을 사이로 맑은 햇살은 이 남자와 아이가 가는 길을 비추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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