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집으로 돌아온 고타로우는 가방을 마구 집어던지며 침대에 주저앉았다. 그 때 엄마가 들어왔다.
"고타로우, 다녀왔니?"
"네~"
고타로우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엄마의 얼굴에 궁금하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왜그러니 고타로우? 좋은 일 있니?"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의 얼굴에도 미소가 떠올랐다.
"그렇구나, 고타로우. 무슨 일인데? 엄마한테 말해줄 수 있니?"
고타로우는 딴청을 피웠다. 글쎄요~ 라며. 엄마는 피식 웃으며 방 문을 열고 나갔다.
사실 아무한테도 말해주고 싶지 않았다. 친구가 생긴다니? 유카리는 여자애였지만 부끄럽지 않았다. 부끄러울게 뭐가 있을까?
"아 참."
드르륵, 하고 문이 다시 열렸다.
"시노 왜 안오니? 시노 못봤어?"
고타로우는 시계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4시 30분. 시노는 4학년이니까 오늘은 더 일찍 끝나야 했다. 고타로우는 고개를 으쓱했다.
"아니요, 못봤는데요?"
사실 유카리때문에 주변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집으로 오는 길에 머리속엔 온통 딴생각이었으니까.
"이상하네... 학교에 한 번 가볼래, 고타로우?"
엄마가 물었다. 고타로우는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옛날에 엄마가 학교로 고타로우를 데리러 온 적이 있었다. 엄마는 시간이 지나도 늙지 않는 사람이었다. 분명히 30살이 넘었을 텐데, 얼굴은 아직도 10대 후반의 얼굴이다. 고타로우는 그런 예쁜 엄마를 좋아했다. 그렇지만 학교에 입학한 이래로 엄마의 얼굴은 조금도 변하지 않아서, 선생님들은 항상 고타로우의 엄마를 볼 때 마다 이상야릇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표정이 보고 싶지 않아서, 고타로우는 앞으로 엄마에게 학교에 오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시노를 데리러 가는 일은 고타로우가 도맡았다.
고타로우는 방을 나서서 문을 열었다. 그런데 저 쪽에서 누군가 뛰어왔다. 보라색 단발 머리를 휘날리며 뛰어오는 사람은, 시노.
"시노! 왜 이제 오는거야?"
고타로우가 물었다. 시노는 헉헉 거리며 숨을 고르더니 고타로우 앞까지 달려왔다. 그리고 다시 헉헉거렸다.
"괜찮아? 왜 이제 오는거야? 무슨 일 있었어?"
시노는 고개를 끄덕이며 집으로 들어갔다. 고타로우는 그런 시노의 등을 떠밀어 주었다. 엄마가 나왔다.
"이제 오니 시노?"
"네에..."
시노는 무척 힘들어 하며 고타로우의 침대에 누웠다. 엄마는 물 한 컵을 가져왔고, 시노는 그 물을 마시더니 입을 열었다.
"있잖아... 나 땜에 쓰러졌어."
무슨 소리인가? 시노는 그리고 다시 헉헉거리느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물을 한 번 더 마시고 시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전학 온 애가... 나 때문에 기절했어."
"무슨 소리니?"
엄마가 물었다. 시노는 자기 가슴을 퍽퍽 치더니 다시 말했다.
"우리반에 전학생이 왔거든. 여자애인데..."
그 순간 고타로우의 머릿속에 한가지 이름이 스쳐 지나갔다. 아키모토란 이름이.
"혹시 이름이 사유리?"
고타로우가 물었다. 시노의 눈이 동그래졌다.
"오빠가 그걸 어떻게 알아? 벌써 소문났나?"
고타로우는 고개를 저었다.
"아아니. 그 애 언니가 우리반에 전학왔거든."
엄마가 피식 웃었다.
"그 전학온 아이가 고타로우한테 잘해줘서 기분이 좋았던 거니?"
역시 엄마는 고타로우의 마음까지 꿰뚫어 보는 전지전능한 능력을 지녔다. 고타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내 말이나 들어봐."
시노가 잔잔하고 평온한 분위기를 깨어버렸다. 그리고 물 한컵을 다 비워버렸다.
"그 애가 전학와서 자기 자리에 들어가다가, 갑자기 내 옆을 지나가더니 머리를 붙잡고 쓰러지더라... 너무 놀랐어. 그리고 4시간동안 깨어나지 못했어."
머리를 붙잡고 쓰러진다?
"사유리가 깨어나고 나서 선생님이 물어보니까 사유리 말로는 자기가 병이 있대. 그래서 쓰러진거였대. 그런데 일어나서 나를 보더니 다시 기절했어."
시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사유리가... 사유리가 나중에 나한테 그랬어. 너만 보면 머리가 심하게 어지럽다고. 하지만 사유리는 나한테만 그 말을 했어. 그래서 아무도 나때문에 기절한지 몰라. 하지만 사유리한테 꼭 내가 나쁜짓을 한 것 같아서..."
엄마의 표정도 고타로우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고타로우는 갑자기 사유리에 대해 은근히 화가 나기 시작했다. 하나밖에 없는 동생보고 너만 보면 머리가 아프다고 하다니.
"하지만 그 사유리란 아이. 나빠보이지 않았어. 표정이 아주 착해보였거든. 그리고 아이들이 나한테 뭐라고 하면서, 오빠를 들먹이자 사유리가 감싸줬어. 내 편을 들어주면서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그러지 말라고 해 줬거든. 그러니까 사유리한테 너무 나쁜감정 갖지 마..."
시노가 말했다. 하긴, 언니와 동생은 성격이 비슷 할 것이다. 유카리가 그렇게 착하고 친절했듯이 사유리가 나쁜 아이일 리가 없었다.
"그래. 그럼 시노는 쉬고 있어. 고타로우. 시노좀 돌봐줘라. 알았지?"
그리고 엄마는 다시 방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갔다. 드르륵, 문 닫는 소리가 들리자 고타로우는 바로 얼굴을 시노에게 돌렸다.
"있지.. 그 사유리란 애, 어떻게 생겼니?"
시노의 표정이 험상궂게 변했다.
"왜 그래? 사유리 때리려고?"
"미쳤냐? 내가 왜 사유리를 때려?"
고타로우가 억울하단 표정을 짓자 시노는 나지막히 웃었다.
"그럼 왜 물어보는건데?"
왜 물어보긴? 당연하지 않나? 당연히 만나면 아는척이라도 하려고 그랬던거였는데.
"사유리는 찾기가 무척 쉬워. 일본사람처럼 생기지 않았으니까..."
시노가 말했다. 일본사람처럼 생기지 않았다니?
"머리카락은 연한 갈색이야. 노란색에 가까워. 눈동자는 초록색이고. 얼굴이 무척 예뻐. 처음에 외국애인줄 알았는데, 외국피는 하나도 섞이지 않았다는거야."
유카리랑 하나도 같지 않았다. 유카리는 검은 머리카락에, 갈색 눈동자. 얼굴이 좀 하얀걸 빼면 서양사람같지는 않았다.
"혹시 오빠네 반에 전학 온 언니도 그렇게 생겼어?'
시노가 물었다. 고타로우는 고개를 저었다.
"아아니. 그애는 검은머리야."
고타로우가 말했다. 시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말? 그럼 둘이 안닮은거야?"
정말 그런것 같다. 유카리네가 사유리를 입양한걸까? 외국피가 섞이지 않았다고 해도 유카리네 엄마가 사유리에게 말을 안했을지도 모른다. 사유리는 어리니까 그걸 믿었을지도 모르고.
대충 그렇게 해석했다.
"어쨌든 사유리, 좋은애야. 만나면 인사라도 해."
"으응. 알았어."
고타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이 제대로 돌아왔는지 시노는 일어났다. 일어나면서 시노는 무릎으로 컵이 놓인 탁자를 또 박았다.
"으아아악!"
시노는 비명을 지르며 엄청난 순발력을 발휘했다. 다행히 시노는 컵을 붙잡았다.
"휴우. 다행이야. 오늘 새벽처럼 깨질뻔 했어."
문득 고타로우는 아직 자신의 발바닥이 낫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발바닥은 아직도 새빨갰고, 피가 엉겨붙어있었다. 오늘아침에 신고 나갔던 양말 아마도 피가 묻어있었을 것이다.
"이 상처, 진짜 안낫는다."
고타로우가 말했다. 시노는 고타로우의 발바닥을 쳐다보았다.
"정말.. 아직도 누르면 피나?"
고타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노는 쯪쯪거리며 혀를 찼다.
"그러니까 누가 유리조각 밟으면서 나가랬어?"
할말이 없었으므로 고타로우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시노는 고타로우 방에서 나갔고 고타로우는 방에 남아서 가방을 뒤적였다.
오늘 숙제는... 없다.
고타로우는 친구가 없어서 나가서 놀 수 도 없었으므로 고타로우의 일과는 숲에서 뒹구는 일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숲은 밤에만 갔다. 지금은 5시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보통의 하루일과는 밥 먹어야 하고, 공부를 좀 한다음에 시노랑 뒹굴거리다가 7시정도가 되면 바깥으로 나가서 숲에 박혀있다가 10시쯤 되면 잠을 자러 들어간다. 가끔은 잠 안자고 12시나 1시까지 숲에 있던 적도 있었다. 아니면 9시정도에 자러 들어갔다가 한밤중에 일어나서 바깥으로 나가곤 했다. 그래서 달밤의 체조를 하려고 바깥으로 나온 사람들은 고타로우를 보면 피하곤 했다.
오늘은 11시에 나가기로 했다. 그 전에 '보충잠'을 좀 자놓았다가, 일어나서 11시에 나가야 키가 클 수 있다.
그럼 오늘은 그렇게 하자.
"사샤! 사샤!"
"알았으니깐 그만좀 부르라니까?"
사샤는 거울 앞에 서 있었다. 금발머리에 푸른 머리핀을 꽂고, 하얀 원피스를 입었다. 하얀 날개도 제대로 다듬어져 있으니까 이정도면 인간세상에 내려갈 준비는 완료다.
"사샤! 얼른 와 봐!"
동생 미샤가 요란스럽게 불러댔다. 지금 사샤의 이름을 10번은 더 부른 것 같았다. 사샤는 투덜거리며 미샤에게 걸어갔다.
"뭐가 그렇게 보여주고 싶은거야?"
사샤가 빈정거리듯 말했다. 사샤는 항상 미샤를 갈구듯 대했다. 하지만 사샤는 미샤를 무척 예뻐했고, 발랄하고 귀여운 미샤의 성격은 언제나 사샤를 기분좋게 했다.
"이거 좀 봐. 인간이 이렇게 생겼대!"
미샤는 책을 들고있었다. 그 책은 인간에 대해서 써 놓은 책이었다. 그 책은 10살이 되는 천사들은 반드시 읽어야 했고, 11살인 사샤도 이미 읽은 책이었다.
"알아! 인간이 그렇게 생긴거 누가 모르냐?"
사샤가 투덜거리자 미샤는 풀이 죽었다. 미샤의 머리에 달린 토끼도 풀이 죽은 표정을 하고 귀를 축 내렸다.
"흐응... 난 신기한데."
역시 미샤는 귀여운 동생이었다. 사샤는 기분좋게 웃으며 미샤의 머리를 토닥여 주었다.
"그래그래. 나도 신기해. 오늘은 인간 세상에 내려갈거거든? 생생하게 다 전달해 주마."
사샤가 당당하게 말하자 미샤의 눈이 반짝였다. 호기심과 부러움 그리고 흥분이 가득 담긴 눈동자였다.
"정말? 정말 내려갈거야?"
그런 부러운듯한 미샤의 눈빛은 사샤를 더욱 자랑스럽게 만들었다. 사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일이 있거든. 그래서 내려가야 해."
큰 실수 하나 했다. 그 말을 미샤 앞에서 꺼내면 안되는건데. 미샤의 보라빛 눈동자는 흥분과 기대감을 가득 담고 사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보라빛 눈동자는 무언가를 원하는 듯한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담고 있었다.
"나도..."
흐아아아악
"같이..."
흐으으아아악
"가고..."
흐어어어어어어엉
"싶어!"
"으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기대했던, 아니 기대하지 않았던 말이 튀어나왔다. 역시나 미샤는 따라가고 싶어했다. 그리고 한번 따라가고싶으면 절대로 생각을 굽히지 않는 미샤였다.
"안돼! 안돼! 안됀단 말이야!"
사샤는 얼른 말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미샤를 말려야 한다.
"난 심각한 임무를 맡았어. 카샤오빠가 절대로 완벽하게 하라고 했단말이야. 그러니까 나 혼자 가야 한다고."
미샤는 절대로 지지 않는 무서운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아안돼! 싫어! 갈거야! 나도 갈거야! 흐아아아앙!"
결국엔 미샤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사샤는 안절부절 못했다.
미치겠네. 데려가지 않으면 발목이라도 잡고 같이 할건데. 같이 가면 일이 꼬일테고.. 참.. 미치겠네.
이럴 땐 큰오빠인 카샤가 있어야 모든 일이 해결되곤 했다. 그러나 카샤는 A.M.A(Angel's Magical Academy) 라는 곳에 가 있었다. 그 학교인지 학원인지는 12세부터 13세까지 다녔고, 인간의 년도로 하면 총 9년을 다니는 곳이었다. 이번에 입학한 카샤는 그곳에서 맨날 열심히 공부를 했다. 공부를 무척 잘하는 카샤는 맨날 그 학교에서 1등을 도맡아 했다. 지금은 입학한지 6개월 정도가 지났다. 시험은 두 번 봤고, 지금까지 모조리 올백 만점으로 1등을 차지했다. 게다가 카샤는 얼굴까지 곱상하게 생겨서 여학생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었다. 그런 카샤는 사샤에게도 매우 커다란 영향을 주었고 사샤로 하여금 엘리트 천사로 만들어버렸다. 미샤는 아직 잘 모르겠고.
사샤는 새장에 앉아있는 자신의 비둘기를 흘끔흘끔 쳐다보았다. 이것 참, 비둘기 날린다고 해서 카샤가 받을 수 있는것도 아니고 금방 오는것도 아니고. 빨리 가야 하는데 이녀석 미샤는 끝까지 날 괴롭히네.
결국 사샤는 아무렇게나 결정을 내렸다.
"좋아 그럼 내가 일하고 있을 때-별로 안걸릴거야. 2시간? 3시간?-너는 인간세상에서 조용히 놀고 있어. 인간들 건드리지 말고, 혼자서 조용히 놀아야 한다?"
"와아!"
미샤는 무척 기뻐했다. 사샤는 한숨을 쉬었다. 저번에도 미샤가 따라간 적이 있었다. 그 때 미샤는 인간세상에서 정말로 조용히 놀았다. 그렇지만 미샤의 말로는 맨 마지막에 어떤 인간을 만났다고 했다. 그런데 미샤는 만나자마자 빨리 가버렸기 때문에 큰 지장은 없었다.
"전처럼 아주아주 조용히 놀아야 한다. 인간들 눈에 띄지 마. 전에 만났다는 그 인간은..."
사샤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스치고 지나갔다. 그 인간이 미샤를 봤다?
"야. 미샤. 잠깐만."
사샤가 조용히 미샤를 부르자 미샤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사샤를 바라보았다.
"그 인간이 널 봤다고?"
사샤의 물음에 미샤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샤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생각들이 실타래처럼 얽히고 얽혀 머리가 아파왔다.
"으으윽.. 정말? 이상한 일이네."
"왜? 뭐가?"
미샤가 물었다. 사샤가 천천히 말했다.
"너 그 책 다 안읽었지."
"무슨 책?"
"'인간에 대한 연구와 인간을 이해하는데 지침서가 되는, 어린 천사들의 필수서'."
"100쪽 까지 읽었어."
미샤가 대답했다.
그럼 그렇지. 그 3000쪽 짜리 책을 어떻게 미샤가 다 읽었을까? 이제 30분의 1밖에 못읽었잖아.
"그래... 그럼 넌 몰랐겠구나."
사샤가 말했다. 미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샤는 비장하고 장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있잖아, 인간은 말이지. 우리 천사들을 볼 수 없어."
그 말에 미샤는 더욱 궁금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말인가? 분명 그 인간은 자기를 보고 '넌 누구지?' 라고 말을 했단 말이야.
"그럼... 그럼..."
사샤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인간이 아니면? 당연하다! 드디어 정답이 나왔다. 왜 그런 간단한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그건 인간이 아니라 유령이었어."
사샤가 말했다. 미샤는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인간을 한 번 보고 싶었는데.
"인간이 아니라 유령이었단 말이야. 다행이야. 앞으로 인간은 만나지 마."
사샤가 그렇게 말하자 미샤는 무척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앙... 인간을 만나고 싶었는데."
사샤는 피식 웃었다. 말이 되는 소리인가? 인간은 우리 천사들을 보지 못한다. 비정식 천사 '엔젤즈'라면 몰라도.
"어짜피 인간은 우릴 보지 못해. 인간앞에서 손을 흔들고 춤을춰도 인간들은 모른단 말이야. 그러니까 만나도 별 재미는 없을거다."
미샤는 무척 실망해했다. 미샤의 실망한 모습은 오히려 사샤를 다행스럽게 했다. 인간들 눈에 천사가 보이면 미샤가 무슨 사고를 칠 지 모른다니깐.
"그럼 조용히 놀고있는거다? 내가 부르면 얼른 와야 해. 얼른 오지 않으면 다음부턴 데려가지 않을거야."
"네! 알겠습니다!"
미샤는 무척 신난 표정으로 대답했다. 사샤는 미샤의 손을 잡았고, 천계의 계단을 밟았다. 미샤는 몹시 흥분했고, 사샤는 그런 미샤가 무슨 사고를 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렴 어때.
어짜피 인간은 우릴 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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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리란 이름의 어감이 좋아서 자꾸 쓰게된다는..-ㅁ-
첨엔 유카리가 더 마음에 들었는데 지금은 사유리가 더 좋아요
"고타로우, 다녀왔니?"
"네~"
고타로우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엄마의 얼굴에 궁금하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왜그러니 고타로우? 좋은 일 있니?"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의 얼굴에도 미소가 떠올랐다.
"그렇구나, 고타로우. 무슨 일인데? 엄마한테 말해줄 수 있니?"
고타로우는 딴청을 피웠다. 글쎄요~ 라며. 엄마는 피식 웃으며 방 문을 열고 나갔다.
사실 아무한테도 말해주고 싶지 않았다. 친구가 생긴다니? 유카리는 여자애였지만 부끄럽지 않았다. 부끄러울게 뭐가 있을까?
"아 참."
드르륵, 하고 문이 다시 열렸다.
"시노 왜 안오니? 시노 못봤어?"
고타로우는 시계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4시 30분. 시노는 4학년이니까 오늘은 더 일찍 끝나야 했다. 고타로우는 고개를 으쓱했다.
"아니요, 못봤는데요?"
사실 유카리때문에 주변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집으로 오는 길에 머리속엔 온통 딴생각이었으니까.
"이상하네... 학교에 한 번 가볼래, 고타로우?"
엄마가 물었다. 고타로우는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옛날에 엄마가 학교로 고타로우를 데리러 온 적이 있었다. 엄마는 시간이 지나도 늙지 않는 사람이었다. 분명히 30살이 넘었을 텐데, 얼굴은 아직도 10대 후반의 얼굴이다. 고타로우는 그런 예쁜 엄마를 좋아했다. 그렇지만 학교에 입학한 이래로 엄마의 얼굴은 조금도 변하지 않아서, 선생님들은 항상 고타로우의 엄마를 볼 때 마다 이상야릇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표정이 보고 싶지 않아서, 고타로우는 앞으로 엄마에게 학교에 오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시노를 데리러 가는 일은 고타로우가 도맡았다.
고타로우는 방을 나서서 문을 열었다. 그런데 저 쪽에서 누군가 뛰어왔다. 보라색 단발 머리를 휘날리며 뛰어오는 사람은, 시노.
"시노! 왜 이제 오는거야?"
고타로우가 물었다. 시노는 헉헉 거리며 숨을 고르더니 고타로우 앞까지 달려왔다. 그리고 다시 헉헉거렸다.
"괜찮아? 왜 이제 오는거야? 무슨 일 있었어?"
시노는 고개를 끄덕이며 집으로 들어갔다. 고타로우는 그런 시노의 등을 떠밀어 주었다. 엄마가 나왔다.
"이제 오니 시노?"
"네에..."
시노는 무척 힘들어 하며 고타로우의 침대에 누웠다. 엄마는 물 한 컵을 가져왔고, 시노는 그 물을 마시더니 입을 열었다.
"있잖아... 나 땜에 쓰러졌어."
무슨 소리인가? 시노는 그리고 다시 헉헉거리느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물을 한 번 더 마시고 시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전학 온 애가... 나 때문에 기절했어."
"무슨 소리니?"
엄마가 물었다. 시노는 자기 가슴을 퍽퍽 치더니 다시 말했다.
"우리반에 전학생이 왔거든. 여자애인데..."
그 순간 고타로우의 머릿속에 한가지 이름이 스쳐 지나갔다. 아키모토란 이름이.
"혹시 이름이 사유리?"
고타로우가 물었다. 시노의 눈이 동그래졌다.
"오빠가 그걸 어떻게 알아? 벌써 소문났나?"
고타로우는 고개를 저었다.
"아아니. 그 애 언니가 우리반에 전학왔거든."
엄마가 피식 웃었다.
"그 전학온 아이가 고타로우한테 잘해줘서 기분이 좋았던 거니?"
역시 엄마는 고타로우의 마음까지 꿰뚫어 보는 전지전능한 능력을 지녔다. 고타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내 말이나 들어봐."
시노가 잔잔하고 평온한 분위기를 깨어버렸다. 그리고 물 한컵을 다 비워버렸다.
"그 애가 전학와서 자기 자리에 들어가다가, 갑자기 내 옆을 지나가더니 머리를 붙잡고 쓰러지더라... 너무 놀랐어. 그리고 4시간동안 깨어나지 못했어."
머리를 붙잡고 쓰러진다?
"사유리가 깨어나고 나서 선생님이 물어보니까 사유리 말로는 자기가 병이 있대. 그래서 쓰러진거였대. 그런데 일어나서 나를 보더니 다시 기절했어."
시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사유리가... 사유리가 나중에 나한테 그랬어. 너만 보면 머리가 심하게 어지럽다고. 하지만 사유리는 나한테만 그 말을 했어. 그래서 아무도 나때문에 기절한지 몰라. 하지만 사유리한테 꼭 내가 나쁜짓을 한 것 같아서..."
엄마의 표정도 고타로우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고타로우는 갑자기 사유리에 대해 은근히 화가 나기 시작했다. 하나밖에 없는 동생보고 너만 보면 머리가 아프다고 하다니.
"하지만 그 사유리란 아이. 나빠보이지 않았어. 표정이 아주 착해보였거든. 그리고 아이들이 나한테 뭐라고 하면서, 오빠를 들먹이자 사유리가 감싸줬어. 내 편을 들어주면서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그러지 말라고 해 줬거든. 그러니까 사유리한테 너무 나쁜감정 갖지 마..."
시노가 말했다. 하긴, 언니와 동생은 성격이 비슷 할 것이다. 유카리가 그렇게 착하고 친절했듯이 사유리가 나쁜 아이일 리가 없었다.
"그래. 그럼 시노는 쉬고 있어. 고타로우. 시노좀 돌봐줘라. 알았지?"
그리고 엄마는 다시 방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갔다. 드르륵, 문 닫는 소리가 들리자 고타로우는 바로 얼굴을 시노에게 돌렸다.
"있지.. 그 사유리란 애, 어떻게 생겼니?"
시노의 표정이 험상궂게 변했다.
"왜 그래? 사유리 때리려고?"
"미쳤냐? 내가 왜 사유리를 때려?"
고타로우가 억울하단 표정을 짓자 시노는 나지막히 웃었다.
"그럼 왜 물어보는건데?"
왜 물어보긴? 당연하지 않나? 당연히 만나면 아는척이라도 하려고 그랬던거였는데.
"사유리는 찾기가 무척 쉬워. 일본사람처럼 생기지 않았으니까..."
시노가 말했다. 일본사람처럼 생기지 않았다니?
"머리카락은 연한 갈색이야. 노란색에 가까워. 눈동자는 초록색이고. 얼굴이 무척 예뻐. 처음에 외국애인줄 알았는데, 외국피는 하나도 섞이지 않았다는거야."
유카리랑 하나도 같지 않았다. 유카리는 검은 머리카락에, 갈색 눈동자. 얼굴이 좀 하얀걸 빼면 서양사람같지는 않았다.
"혹시 오빠네 반에 전학 온 언니도 그렇게 생겼어?'
시노가 물었다. 고타로우는 고개를 저었다.
"아아니. 그애는 검은머리야."
고타로우가 말했다. 시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말? 그럼 둘이 안닮은거야?"
정말 그런것 같다. 유카리네가 사유리를 입양한걸까? 외국피가 섞이지 않았다고 해도 유카리네 엄마가 사유리에게 말을 안했을지도 모른다. 사유리는 어리니까 그걸 믿었을지도 모르고.
대충 그렇게 해석했다.
"어쨌든 사유리, 좋은애야. 만나면 인사라도 해."
"으응. 알았어."
고타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이 제대로 돌아왔는지 시노는 일어났다. 일어나면서 시노는 무릎으로 컵이 놓인 탁자를 또 박았다.
"으아아악!"
시노는 비명을 지르며 엄청난 순발력을 발휘했다. 다행히 시노는 컵을 붙잡았다.
"휴우. 다행이야. 오늘 새벽처럼 깨질뻔 했어."
문득 고타로우는 아직 자신의 발바닥이 낫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발바닥은 아직도 새빨갰고, 피가 엉겨붙어있었다. 오늘아침에 신고 나갔던 양말 아마도 피가 묻어있었을 것이다.
"이 상처, 진짜 안낫는다."
고타로우가 말했다. 시노는 고타로우의 발바닥을 쳐다보았다.
"정말.. 아직도 누르면 피나?"
고타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노는 쯪쯪거리며 혀를 찼다.
"그러니까 누가 유리조각 밟으면서 나가랬어?"
할말이 없었으므로 고타로우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시노는 고타로우 방에서 나갔고 고타로우는 방에 남아서 가방을 뒤적였다.
오늘 숙제는... 없다.
고타로우는 친구가 없어서 나가서 놀 수 도 없었으므로 고타로우의 일과는 숲에서 뒹구는 일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숲은 밤에만 갔다. 지금은 5시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보통의 하루일과는 밥 먹어야 하고, 공부를 좀 한다음에 시노랑 뒹굴거리다가 7시정도가 되면 바깥으로 나가서 숲에 박혀있다가 10시쯤 되면 잠을 자러 들어간다. 가끔은 잠 안자고 12시나 1시까지 숲에 있던 적도 있었다. 아니면 9시정도에 자러 들어갔다가 한밤중에 일어나서 바깥으로 나가곤 했다. 그래서 달밤의 체조를 하려고 바깥으로 나온 사람들은 고타로우를 보면 피하곤 했다.
오늘은 11시에 나가기로 했다. 그 전에 '보충잠'을 좀 자놓았다가, 일어나서 11시에 나가야 키가 클 수 있다.
그럼 오늘은 그렇게 하자.
"사샤! 사샤!"
"알았으니깐 그만좀 부르라니까?"
사샤는 거울 앞에 서 있었다. 금발머리에 푸른 머리핀을 꽂고, 하얀 원피스를 입었다. 하얀 날개도 제대로 다듬어져 있으니까 이정도면 인간세상에 내려갈 준비는 완료다.
"사샤! 얼른 와 봐!"
동생 미샤가 요란스럽게 불러댔다. 지금 사샤의 이름을 10번은 더 부른 것 같았다. 사샤는 투덜거리며 미샤에게 걸어갔다.
"뭐가 그렇게 보여주고 싶은거야?"
사샤가 빈정거리듯 말했다. 사샤는 항상 미샤를 갈구듯 대했다. 하지만 사샤는 미샤를 무척 예뻐했고, 발랄하고 귀여운 미샤의 성격은 언제나 사샤를 기분좋게 했다.
"이거 좀 봐. 인간이 이렇게 생겼대!"
미샤는 책을 들고있었다. 그 책은 인간에 대해서 써 놓은 책이었다. 그 책은 10살이 되는 천사들은 반드시 읽어야 했고, 11살인 사샤도 이미 읽은 책이었다.
"알아! 인간이 그렇게 생긴거 누가 모르냐?"
사샤가 투덜거리자 미샤는 풀이 죽었다. 미샤의 머리에 달린 토끼도 풀이 죽은 표정을 하고 귀를 축 내렸다.
"흐응... 난 신기한데."
역시 미샤는 귀여운 동생이었다. 사샤는 기분좋게 웃으며 미샤의 머리를 토닥여 주었다.
"그래그래. 나도 신기해. 오늘은 인간 세상에 내려갈거거든? 생생하게 다 전달해 주마."
사샤가 당당하게 말하자 미샤의 눈이 반짝였다. 호기심과 부러움 그리고 흥분이 가득 담긴 눈동자였다.
"정말? 정말 내려갈거야?"
그런 부러운듯한 미샤의 눈빛은 사샤를 더욱 자랑스럽게 만들었다. 사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일이 있거든. 그래서 내려가야 해."
큰 실수 하나 했다. 그 말을 미샤 앞에서 꺼내면 안되는건데. 미샤의 보라빛 눈동자는 흥분과 기대감을 가득 담고 사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보라빛 눈동자는 무언가를 원하는 듯한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담고 있었다.
"나도..."
흐아아아악
"같이..."
흐으으아아악
"가고..."
흐어어어어어어엉
"싶어!"
"으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기대했던, 아니 기대하지 않았던 말이 튀어나왔다. 역시나 미샤는 따라가고 싶어했다. 그리고 한번 따라가고싶으면 절대로 생각을 굽히지 않는 미샤였다.
"안돼! 안돼! 안됀단 말이야!"
사샤는 얼른 말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미샤를 말려야 한다.
"난 심각한 임무를 맡았어. 카샤오빠가 절대로 완벽하게 하라고 했단말이야. 그러니까 나 혼자 가야 한다고."
미샤는 절대로 지지 않는 무서운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아안돼! 싫어! 갈거야! 나도 갈거야! 흐아아아앙!"
결국엔 미샤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사샤는 안절부절 못했다.
미치겠네. 데려가지 않으면 발목이라도 잡고 같이 할건데. 같이 가면 일이 꼬일테고.. 참.. 미치겠네.
이럴 땐 큰오빠인 카샤가 있어야 모든 일이 해결되곤 했다. 그러나 카샤는 A.M.A(Angel's Magical Academy) 라는 곳에 가 있었다. 그 학교인지 학원인지는 12세부터 13세까지 다녔고, 인간의 년도로 하면 총 9년을 다니는 곳이었다. 이번에 입학한 카샤는 그곳에서 맨날 열심히 공부를 했다. 공부를 무척 잘하는 카샤는 맨날 그 학교에서 1등을 도맡아 했다. 지금은 입학한지 6개월 정도가 지났다. 시험은 두 번 봤고, 지금까지 모조리 올백 만점으로 1등을 차지했다. 게다가 카샤는 얼굴까지 곱상하게 생겨서 여학생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었다. 그런 카샤는 사샤에게도 매우 커다란 영향을 주었고 사샤로 하여금 엘리트 천사로 만들어버렸다. 미샤는 아직 잘 모르겠고.
사샤는 새장에 앉아있는 자신의 비둘기를 흘끔흘끔 쳐다보았다. 이것 참, 비둘기 날린다고 해서 카샤가 받을 수 있는것도 아니고 금방 오는것도 아니고. 빨리 가야 하는데 이녀석 미샤는 끝까지 날 괴롭히네.
결국 사샤는 아무렇게나 결정을 내렸다.
"좋아 그럼 내가 일하고 있을 때-별로 안걸릴거야. 2시간? 3시간?-너는 인간세상에서 조용히 놀고 있어. 인간들 건드리지 말고, 혼자서 조용히 놀아야 한다?"
"와아!"
미샤는 무척 기뻐했다. 사샤는 한숨을 쉬었다. 저번에도 미샤가 따라간 적이 있었다. 그 때 미샤는 인간세상에서 정말로 조용히 놀았다. 그렇지만 미샤의 말로는 맨 마지막에 어떤 인간을 만났다고 했다. 그런데 미샤는 만나자마자 빨리 가버렸기 때문에 큰 지장은 없었다.
"전처럼 아주아주 조용히 놀아야 한다. 인간들 눈에 띄지 마. 전에 만났다는 그 인간은..."
사샤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스치고 지나갔다. 그 인간이 미샤를 봤다?
"야. 미샤. 잠깐만."
사샤가 조용히 미샤를 부르자 미샤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사샤를 바라보았다.
"그 인간이 널 봤다고?"
사샤의 물음에 미샤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샤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생각들이 실타래처럼 얽히고 얽혀 머리가 아파왔다.
"으으윽.. 정말? 이상한 일이네."
"왜? 뭐가?"
미샤가 물었다. 사샤가 천천히 말했다.
"너 그 책 다 안읽었지."
"무슨 책?"
"'인간에 대한 연구와 인간을 이해하는데 지침서가 되는, 어린 천사들의 필수서'."
"100쪽 까지 읽었어."
미샤가 대답했다.
그럼 그렇지. 그 3000쪽 짜리 책을 어떻게 미샤가 다 읽었을까? 이제 30분의 1밖에 못읽었잖아.
"그래... 그럼 넌 몰랐겠구나."
사샤가 말했다. 미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샤는 비장하고 장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있잖아, 인간은 말이지. 우리 천사들을 볼 수 없어."
그 말에 미샤는 더욱 궁금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말인가? 분명 그 인간은 자기를 보고 '넌 누구지?' 라고 말을 했단 말이야.
"그럼... 그럼..."
사샤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인간이 아니면? 당연하다! 드디어 정답이 나왔다. 왜 그런 간단한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그건 인간이 아니라 유령이었어."
사샤가 말했다. 미샤는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인간을 한 번 보고 싶었는데.
"인간이 아니라 유령이었단 말이야. 다행이야. 앞으로 인간은 만나지 마."
사샤가 그렇게 말하자 미샤는 무척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앙... 인간을 만나고 싶었는데."
사샤는 피식 웃었다. 말이 되는 소리인가? 인간은 우리 천사들을 보지 못한다. 비정식 천사 '엔젤즈'라면 몰라도.
"어짜피 인간은 우릴 보지 못해. 인간앞에서 손을 흔들고 춤을춰도 인간들은 모른단 말이야. 그러니까 만나도 별 재미는 없을거다."
미샤는 무척 실망해했다. 미샤의 실망한 모습은 오히려 사샤를 다행스럽게 했다. 인간들 눈에 천사가 보이면 미샤가 무슨 사고를 칠 지 모른다니깐.
"그럼 조용히 놀고있는거다? 내가 부르면 얼른 와야 해. 얼른 오지 않으면 다음부턴 데려가지 않을거야."
"네! 알겠습니다!"
미샤는 무척 신난 표정으로 대답했다. 사샤는 미샤의 손을 잡았고, 천계의 계단을 밟았다. 미샤는 몹시 흥분했고, 사샤는 그런 미샤가 무슨 사고를 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렴 어때.
어짜피 인간은 우릴 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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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리란 이름의 어감이 좋아서 자꾸 쓰게된다는..-ㅁ-
첨엔 유카리가 더 마음에 들었는데 지금은 사유리가 더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