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미샤였다. 악마의 마법때문에 천사의 모습을 환히 드러내고 있는 천사였다. 미샤는 당황한 표정으로 쓰러진 냐와 시아 고타로우 그리고 다카시와 고보시를 바라보았다.
"무..무슨 일이 있었지?"
미샤가 조심스레 물었다.
"미샤 누나!"
고타로우가 미샤쪽으로 한 발 짝 내딛었다. 미샤는 곧 웃었지만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이곳에 악마들이 밀집해 있다는 사실을 듣고 왔어. 그런데... 너무 늦은 것 같아."
고타로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미샤에게 말했다.
"악마들은 이미 냐 상이 처리했어, 미샤 누나.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고 말이야..."
냐의 팔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시아는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
"아니에요, 미샤 언니. 냐 상을 어떻게 좀 해 보세요."
미샤는 후다닥 냐 곁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냐의 이마를 짚어보기도 하고 팔을 구부려 보기도 했다. 미샤는 냐의 상처부위에 손을 가져다 대어 힐링을 걸었다.
"천..천사로군. 고맙긴 하지만 이미.. 난 늦은 것 같아."
냐가 힘없이 말했다. 그러자 시아가 버럭 외쳤다.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요! 미샤 언니가 살려줄 수 있다고요."
냐는 픽 웃었다. 시아의 눈가에 눈물이 어려 있었다.
미샤는 냐를 바라보고 잠시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냐상은 지금 치명적인 마법을 여러 번 맞아서 장기가 많이 손상되었어..."
시아와 고타로우가 압박감이 느껴지는 표정을 지었다.
"괜찮아, 미샤. 그만 해라. 네가 치료하는 동안에 유언이라도 남길 수 있을 테니까."
냐가 말하자 시아는 곧 울음을 터뜨렸고 고타로우는 냐의 손을 꼭 잡았다. 미샤 역시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아니에요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미샤가 말했다. 하지만 냐는 그만두라고 했다.
"그럴 힘이 있으면 차라리 악마 하나를 더 처치하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도록 해 줘."
미샤는 냐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그리고 냐의 부들거리는 팔을 진정시키기 위해 약간의 마법을 흘렸다.
"... 시아에게만 하는 개인적인 이야기일지도 모르니까, 너희들은 꼭 듣지 않아도 좋아.."
냐가 조용히 말했다. 시아는 연신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냐의 말을 들었다.
"후훗.. 너 고모리가.. 하는.. 말 들었지? 그리고.. 고모리가 너한테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도 알고 있지?"
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냐는 조금 웃었다.
"나 고모리한테 거짓말 했군."
"네?"
고타로우가 물었다.
"아.. 악마도 사랑을 하냐고.. 내가 그랬잖아. 그거.. 거짓말이야."
냐의 말에 미샤와 고타로우, 시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악마도 사랑을 하지. 그래.. 특이한 악마만이 그럴 수 있을 지도 몰라.. 사랑을 할 수 있어. 내가 그랬지.. 후후훗.."
냐의 힘없는 눈꺼풀이 부르르 떨렸다. 그리고 다음 말은 시아를 더욱 울게 했다.
".. 바로 시아 너였어.. 그래.. 내가 널 좋아했었지. 나는 너의 오빠정도 되었고 말이야..."
"으흐흑.."
시아는 고개를 숙이고 울기 시작했다. 그런 시아를 미샤는 꼭 안아 주었다. 시아의 흐르는 눈물이 미샤의 흰 옷을 적셨다.
"그래서.. 나중에 네가 스스로가 악마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그 타로와... 고타로우.. 고타로우의 아버지..타로와.. 서로 좋아하게 되고.. 결혼까지 했을 때.. 나는 네가 타로를 잊길.. 바랬어.. 나는 네가 악마인게 싫..었지만..."
고타로우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시아는 더욱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네가 악마가 되는게 싫었지만.. 그래도 타로를 잊길..바랬어.. 그래서 일부러.. 다시 널 악마로 만들고.. 네가 힘을 잃어버리자.. 적극 나서서 너를 데리고..갔었고.."
결국 미샤도 울기 시작했다.
"네가.. 죽어버렸을때.. 정말..슬펐는데.. 우후훗... 다시 환생을 해서.. 다시 너랑 같이 있고 싶었어.. 그래.. 그래서 악마로 만들려고 한거야.."
냐의 말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그냥 카샤랑 싸우지 않고서도... 너..너랑..같이 있을 수 있었는데.. 또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아마도 난 타로와 고타로우를.. 동일시 했나보다.."
미샤는 냐의 팔에서 점점 힘이 빠지고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미안했어. 타로한테도.. 너한테도.. 고타로우.. 미샤한테도.. 정말로..."
"냐 상! 그런 나약한 말 하지 말아요. 냐 상은..."
미샤가 다급히 말했지만 냐는 그 뒷말을 듣지 못했다. 냐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고, 눈이 스르륵 감겼다. 미샤의 손에 잡혀 있던 냐의 손에서 온기가 빠져나가고 있었다.
"..냐.. 냐상!"
시아가 울먹이며 불렀다.
"냐 상! 미..미안하면 가지 말아요...!"
고타로우는 소리없이 울고 있었다. 짧은 시간동안 냐에게 정이 많이 들었는데...
미샤는 냐의 어깨를 잡았다. 냐의 영혼을 하늘로 인도하려는 동작이었다. 그렇게 하는 미샤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미샤는 조용히 고타로우와 시아에게 '안녕' 하고 속삭였고 하얀 날개를 펼쳐 무언가를 끌어내는 동작을 했다. 아마도 냐의 영혼일 것이다.. 시아는 이제 울을 기운이 빠졌는지 헐떡거리고 있었다.
"잠깐, 미샤."
누군가가 불렀다. 창가에는 또 다른 천사가 서 있었다. 사샤였다. 사샤가 오자 파괴되었던 방바닥은 원상복귀 되었다.
"사샤 언니!"
미샤가 돌아보았다. 사샤는 미샤에게 손을 내밀었다.
"냐의 혼, 나한테 맡겨. 내가 인도하고 올게."
"..여길 어떻게!"
미샤가 사샤를 멍하니 바라보자 사샤는 투덜거렸다.
"어서 주기나 해. 너, 고타로우랑 시아한테 할 말도 많을 테니까...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고."
미샤는 사샤에게 냐의 영혼을 건네주었고, 사샤는 조용히 말했다.
"밖에서 다 듣고 있었어. 냐.. 네가 그런 성품을 가진줄은 몰랐다. 후훗."
사샤는 미스테리한 웃음을 흘리고는 냐의 영혼을 하늘로 인도했다. 사샤의 하얀 날개가 보이지 않을 때 까지 미샤와 시아, 고타로우는 사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냐상.."
시아는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런 시아를 고타로우가 부축해 주었다.
"시아 누나.. 냐 상은 이미 갔어.."
시아는 고타로우의 손을 잡고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그래.. 냐 상은 갔어.. 우리를 지켜주다.. 혼자 모든 마법을 다 맞고.. 그냥 가버렸어.. 그렇게.."
미샤는 시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힘없이 말했다.
"여기서 모두를 기쁘게 해 주는 힘을 사용하면 불쾌할까?"
고타로우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써."
미샤는 고개를 끄덕이고 손에서 하얀 빛을 뿌리기 시작했다. 방 안은 하얗게 밝아져 왔고, 시아는 힘없이 웃었다. 고타로우도 같은 미소를 지었다.
"기분이 나아지지 않아요."
시아가 말했다. 미샤는 멋쩍은 듯 헤헤 하고 웃었다.
"미샤 언니가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는게 아니에요."
시아의 말에 미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저.. 정말정말 소중했던 사람의 죽음때문에 그런거에요.. 그 슬픔이 너무 강해서.."
"그건 말이 될 수 없어."
고타로우가 말했다.
"천사의 힘이 죽음보다 더 약하단 소리야?"
"..그런 뜻은 아니였어."
시아가 조용히 말했다. 그래도 미샤의 힘은 효과를 보였다. 시아는 더 이상 울지 않고 그저 힘없이 웃기만 했다.
"아니야. 다 내가 못난이 천사라 그래."
미샤가 웃으며 말했다.
"..내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지만.. 오늘은..안 될 것 같아."
미샤는 힘없이 날개를 펼쳤다.
"정말 모처럼 고타로우에게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런 상황이 되다니. 그리고 이건 다 악마때문에 이런 거니까 곧 풀릴거야.. 난 너희들에게 보이지 않을거야.."
소리없이 미샤는 고타로우에게 다다가 고타로우를 꼭 안았고, 시아도 꼭 안아 주었다.
"잠깐동안 만났더라도 즐거웠어. 아니, 슬펐어.. 아니 즐거웠어. 슬펐어."
고타로우와 시아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즐거웠어. 슬펐어.. 즐겁다 슬프다 즐거웠어? 어쨌든 그랬어."
고타로우와 시아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헤헤, 그럼 난 가봐야 겠다. 천계에선 전쟁이 한창일 거야.. 미안해."
미샤가 말하자 시아는 생긋 웃었다.
"아니에요, 미샤 언니. 미샤 언니가 있어서 마음이 편했..?어요."
어째 대화가 이상하다.
미샤는 냐의 시체쪽으로 다가가 냐를 들었다. 냐의 몸은 무척 차가웠다.
"냐상의 시체를 데려갈게. 나중에 고보시랑 다카시가 보면 놀랄 것 같기도 하고 부활하려면 시체가 필요할 것 같아서 말이야. 망자에 천국으로 갈지 부활할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일단 데려갈게. 만약 망자의 천국에 머무르게 된다면 시체를 돌려줄게."
미샤가 말했다. 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샤 언니에게 맡기는게 좋을 것 같아요."
"그럼, 시아 고타로우. 잘 있어. 고보시랑 다카시가 쓰러져 있어서 유감이야.. 내가 나가면서 웨이크업을 흘릴게.."
대화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고 쓰러져 있던 고보시와 다카시가 언급되었다.
"잘 있어.. 언제 다시 만날 지 모르겠지만!"
미샤는 생긋 웃었다. 고타로우와 시아도 마주 웃어 주었다. 그렇게 미샤는 사샤쳐럼 날개를 펼쳐 날아갔다. 나가면서 작은 빛의 가루가 방 안에 뿌려졌다. 웨이크업이었다. 사샤가 나갔을 때 처럼 둘은 멍하게 미샤와 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미샤가 보이질 않자, 시아와 고타로우는 바닥에서 몸을 조금 꿈틀거리고 있는 다카시와 고보시를 바라보았다.
"..하암. 내가 왜 여기 누워있지?"
고보시가 눈을 비비며 물었다. 어이 없는 표정으로 고타로우는 고보시를 바라보았다.
"기억 못한단 말이야?"
고타로우가 물었다.
"응. 난 전혀..기억 못해."
고보시가 말했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니?"
"..음.. 아니야.."
고타로우가 말했다.
"..나도 왜 누워있다냐."
다카시가 일어나며 말했다.
"아아우우우욱~ 몸이 쑤신다..."
다카시가 몸을 마구 비틀자 시아는 다카시 옆으로 다가왔다.
"..아무 일도 아니에요."
시아가 말했다. 고보시는 고개를 갸우뚱 했다.
"그럼 더 이상한데. 냐 상은 어디 있나요, 시아 언니?"
시아는 으흑, 하는 작은 소리를 내더니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해."
다카시가 말했다.
"냐 상과 관련된 무슨 일이 터졌던 거에요?"
고타로우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멍하게 시아를 바라보았다. 시아는 조용히 흐느꼈다. 시아가 진정되기까지 잠시의 시간이 걸렸다. 시아는 천천히 말했다.
"...냐 상은.. 갔어요."
"가다뇨?"
고보시가 물었다.
"... 냐 상은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갔어요."
시아가 힘없이 말했다. 고보시와 다카시의 표정이 굳어졌다.
"..네?"
"더 이상 묻지 마.. 그냥 그 정도로 알아 둬. 나도 더 설명할 게 없어."
고타로우가 힘없이 말했다. 그저 멍한 표정을 짓는 고보시와 다카시였다.
"밤이 늦었으니까 이제.. 집에 가서 잠이나 자자.."
고타로우는 늘어진 자세로 일어났다. 고보시와 다카시도 일어났다. 그리고 시아에게 조용히 인사했다.
"시아 누나, 잘 자."
셋이 나가자 시아는 혼자가 되었다. 사실 밤은 늦지 않았다.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되었지만 시간은 1시간 정도밖에 흐르지 않았다. 아직은 5시였다.
고타로우는 시아가 혼자 있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피는 통한다고, 고타로우는 시아와 이심전심이었다.
방에 혼자 남은 시아는 냐가 누워있던 자리에 소리없이 앉았다. 그리고 조용히 흐느꼈다.
냐상.. 냐상.. 냐상이 나한테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몰랐어요.. 그저.. 상급 악마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시아의 가녀린 흐느낌이 하늘 위로 퍼져가 흩어졌다.
===================================================
냐가 죽었다
으허허엉[퍼벅]
냐의 시체 처리가 씌여지지 않아서 수정했습니다.
* NZLE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10-24 23:46)
"무..무슨 일이 있었지?"
미샤가 조심스레 물었다.
"미샤 누나!"
고타로우가 미샤쪽으로 한 발 짝 내딛었다. 미샤는 곧 웃었지만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이곳에 악마들이 밀집해 있다는 사실을 듣고 왔어. 그런데... 너무 늦은 것 같아."
고타로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미샤에게 말했다.
"악마들은 이미 냐 상이 처리했어, 미샤 누나.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고 말이야..."
냐의 팔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시아는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
"아니에요, 미샤 언니. 냐 상을 어떻게 좀 해 보세요."
미샤는 후다닥 냐 곁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냐의 이마를 짚어보기도 하고 팔을 구부려 보기도 했다. 미샤는 냐의 상처부위에 손을 가져다 대어 힐링을 걸었다.
"천..천사로군. 고맙긴 하지만 이미.. 난 늦은 것 같아."
냐가 힘없이 말했다. 그러자 시아가 버럭 외쳤다.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요! 미샤 언니가 살려줄 수 있다고요."
냐는 픽 웃었다. 시아의 눈가에 눈물이 어려 있었다.
미샤는 냐를 바라보고 잠시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냐상은 지금 치명적인 마법을 여러 번 맞아서 장기가 많이 손상되었어..."
시아와 고타로우가 압박감이 느껴지는 표정을 지었다.
"괜찮아, 미샤. 그만 해라. 네가 치료하는 동안에 유언이라도 남길 수 있을 테니까."
냐가 말하자 시아는 곧 울음을 터뜨렸고 고타로우는 냐의 손을 꼭 잡았다. 미샤 역시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아니에요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미샤가 말했다. 하지만 냐는 그만두라고 했다.
"그럴 힘이 있으면 차라리 악마 하나를 더 처치하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도록 해 줘."
미샤는 냐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그리고 냐의 부들거리는 팔을 진정시키기 위해 약간의 마법을 흘렸다.
"... 시아에게만 하는 개인적인 이야기일지도 모르니까, 너희들은 꼭 듣지 않아도 좋아.."
냐가 조용히 말했다. 시아는 연신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냐의 말을 들었다.
"후훗.. 너 고모리가.. 하는.. 말 들었지? 그리고.. 고모리가 너한테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도 알고 있지?"
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냐는 조금 웃었다.
"나 고모리한테 거짓말 했군."
"네?"
고타로우가 물었다.
"아.. 악마도 사랑을 하냐고.. 내가 그랬잖아. 그거.. 거짓말이야."
냐의 말에 미샤와 고타로우, 시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악마도 사랑을 하지. 그래.. 특이한 악마만이 그럴 수 있을 지도 몰라.. 사랑을 할 수 있어. 내가 그랬지.. 후후훗.."
냐의 힘없는 눈꺼풀이 부르르 떨렸다. 그리고 다음 말은 시아를 더욱 울게 했다.
".. 바로 시아 너였어.. 그래.. 내가 널 좋아했었지. 나는 너의 오빠정도 되었고 말이야..."
"으흐흑.."
시아는 고개를 숙이고 울기 시작했다. 그런 시아를 미샤는 꼭 안아 주었다. 시아의 흐르는 눈물이 미샤의 흰 옷을 적셨다.
"그래서.. 나중에 네가 스스로가 악마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그 타로와... 고타로우.. 고타로우의 아버지..타로와.. 서로 좋아하게 되고.. 결혼까지 했을 때.. 나는 네가 타로를 잊길.. 바랬어.. 나는 네가 악마인게 싫..었지만..."
고타로우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시아는 더욱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네가 악마가 되는게 싫었지만.. 그래도 타로를 잊길..바랬어.. 그래서 일부러.. 다시 널 악마로 만들고.. 네가 힘을 잃어버리자.. 적극 나서서 너를 데리고..갔었고.."
결국 미샤도 울기 시작했다.
"네가.. 죽어버렸을때.. 정말..슬펐는데.. 우후훗... 다시 환생을 해서.. 다시 너랑 같이 있고 싶었어.. 그래.. 그래서 악마로 만들려고 한거야.."
냐의 말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그냥 카샤랑 싸우지 않고서도... 너..너랑..같이 있을 수 있었는데.. 또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아마도 난 타로와 고타로우를.. 동일시 했나보다.."
미샤는 냐의 팔에서 점점 힘이 빠지고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미안했어. 타로한테도.. 너한테도.. 고타로우.. 미샤한테도.. 정말로..."
"냐 상! 그런 나약한 말 하지 말아요. 냐 상은..."
미샤가 다급히 말했지만 냐는 그 뒷말을 듣지 못했다. 냐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고, 눈이 스르륵 감겼다. 미샤의 손에 잡혀 있던 냐의 손에서 온기가 빠져나가고 있었다.
"..냐.. 냐상!"
시아가 울먹이며 불렀다.
"냐 상! 미..미안하면 가지 말아요...!"
고타로우는 소리없이 울고 있었다. 짧은 시간동안 냐에게 정이 많이 들었는데...
미샤는 냐의 어깨를 잡았다. 냐의 영혼을 하늘로 인도하려는 동작이었다. 그렇게 하는 미샤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미샤는 조용히 고타로우와 시아에게 '안녕' 하고 속삭였고 하얀 날개를 펼쳐 무언가를 끌어내는 동작을 했다. 아마도 냐의 영혼일 것이다.. 시아는 이제 울을 기운이 빠졌는지 헐떡거리고 있었다.
"잠깐, 미샤."
누군가가 불렀다. 창가에는 또 다른 천사가 서 있었다. 사샤였다. 사샤가 오자 파괴되었던 방바닥은 원상복귀 되었다.
"사샤 언니!"
미샤가 돌아보았다. 사샤는 미샤에게 손을 내밀었다.
"냐의 혼, 나한테 맡겨. 내가 인도하고 올게."
"..여길 어떻게!"
미샤가 사샤를 멍하니 바라보자 사샤는 투덜거렸다.
"어서 주기나 해. 너, 고타로우랑 시아한테 할 말도 많을 테니까...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고."
미샤는 사샤에게 냐의 영혼을 건네주었고, 사샤는 조용히 말했다.
"밖에서 다 듣고 있었어. 냐.. 네가 그런 성품을 가진줄은 몰랐다. 후훗."
사샤는 미스테리한 웃음을 흘리고는 냐의 영혼을 하늘로 인도했다. 사샤의 하얀 날개가 보이지 않을 때 까지 미샤와 시아, 고타로우는 사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냐상.."
시아는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런 시아를 고타로우가 부축해 주었다.
"시아 누나.. 냐 상은 이미 갔어.."
시아는 고타로우의 손을 잡고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그래.. 냐 상은 갔어.. 우리를 지켜주다.. 혼자 모든 마법을 다 맞고.. 그냥 가버렸어.. 그렇게.."
미샤는 시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힘없이 말했다.
"여기서 모두를 기쁘게 해 주는 힘을 사용하면 불쾌할까?"
고타로우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써."
미샤는 고개를 끄덕이고 손에서 하얀 빛을 뿌리기 시작했다. 방 안은 하얗게 밝아져 왔고, 시아는 힘없이 웃었다. 고타로우도 같은 미소를 지었다.
"기분이 나아지지 않아요."
시아가 말했다. 미샤는 멋쩍은 듯 헤헤 하고 웃었다.
"미샤 언니가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는게 아니에요."
시아의 말에 미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저.. 정말정말 소중했던 사람의 죽음때문에 그런거에요.. 그 슬픔이 너무 강해서.."
"그건 말이 될 수 없어."
고타로우가 말했다.
"천사의 힘이 죽음보다 더 약하단 소리야?"
"..그런 뜻은 아니였어."
시아가 조용히 말했다. 그래도 미샤의 힘은 효과를 보였다. 시아는 더 이상 울지 않고 그저 힘없이 웃기만 했다.
"아니야. 다 내가 못난이 천사라 그래."
미샤가 웃으며 말했다.
"..내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지만.. 오늘은..안 될 것 같아."
미샤는 힘없이 날개를 펼쳤다.
"정말 모처럼 고타로우에게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런 상황이 되다니. 그리고 이건 다 악마때문에 이런 거니까 곧 풀릴거야.. 난 너희들에게 보이지 않을거야.."
소리없이 미샤는 고타로우에게 다다가 고타로우를 꼭 안았고, 시아도 꼭 안아 주었다.
"잠깐동안 만났더라도 즐거웠어. 아니, 슬펐어.. 아니 즐거웠어. 슬펐어."
고타로우와 시아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즐거웠어. 슬펐어.. 즐겁다 슬프다 즐거웠어? 어쨌든 그랬어."
고타로우와 시아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헤헤, 그럼 난 가봐야 겠다. 천계에선 전쟁이 한창일 거야.. 미안해."
미샤가 말하자 시아는 생긋 웃었다.
"아니에요, 미샤 언니. 미샤 언니가 있어서 마음이 편했..?어요."
어째 대화가 이상하다.
미샤는 냐의 시체쪽으로 다가가 냐를 들었다. 냐의 몸은 무척 차가웠다.
"냐상의 시체를 데려갈게. 나중에 고보시랑 다카시가 보면 놀랄 것 같기도 하고 부활하려면 시체가 필요할 것 같아서 말이야. 망자에 천국으로 갈지 부활할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일단 데려갈게. 만약 망자의 천국에 머무르게 된다면 시체를 돌려줄게."
미샤가 말했다. 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샤 언니에게 맡기는게 좋을 것 같아요."
"그럼, 시아 고타로우. 잘 있어. 고보시랑 다카시가 쓰러져 있어서 유감이야.. 내가 나가면서 웨이크업을 흘릴게.."
대화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고 쓰러져 있던 고보시와 다카시가 언급되었다.
"잘 있어.. 언제 다시 만날 지 모르겠지만!"
미샤는 생긋 웃었다. 고타로우와 시아도 마주 웃어 주었다. 그렇게 미샤는 사샤쳐럼 날개를 펼쳐 날아갔다. 나가면서 작은 빛의 가루가 방 안에 뿌려졌다. 웨이크업이었다. 사샤가 나갔을 때 처럼 둘은 멍하게 미샤와 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미샤가 보이질 않자, 시아와 고타로우는 바닥에서 몸을 조금 꿈틀거리고 있는 다카시와 고보시를 바라보았다.
"..하암. 내가 왜 여기 누워있지?"
고보시가 눈을 비비며 물었다. 어이 없는 표정으로 고타로우는 고보시를 바라보았다.
"기억 못한단 말이야?"
고타로우가 물었다.
"응. 난 전혀..기억 못해."
고보시가 말했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니?"
"..음.. 아니야.."
고타로우가 말했다.
"..나도 왜 누워있다냐."
다카시가 일어나며 말했다.
"아아우우우욱~ 몸이 쑤신다..."
다카시가 몸을 마구 비틀자 시아는 다카시 옆으로 다가왔다.
"..아무 일도 아니에요."
시아가 말했다. 고보시는 고개를 갸우뚱 했다.
"그럼 더 이상한데. 냐 상은 어디 있나요, 시아 언니?"
시아는 으흑, 하는 작은 소리를 내더니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해."
다카시가 말했다.
"냐 상과 관련된 무슨 일이 터졌던 거에요?"
고타로우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멍하게 시아를 바라보았다. 시아는 조용히 흐느꼈다. 시아가 진정되기까지 잠시의 시간이 걸렸다. 시아는 천천히 말했다.
"...냐 상은.. 갔어요."
"가다뇨?"
고보시가 물었다.
"... 냐 상은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갔어요."
시아가 힘없이 말했다. 고보시와 다카시의 표정이 굳어졌다.
"..네?"
"더 이상 묻지 마.. 그냥 그 정도로 알아 둬. 나도 더 설명할 게 없어."
고타로우가 힘없이 말했다. 그저 멍한 표정을 짓는 고보시와 다카시였다.
"밤이 늦었으니까 이제.. 집에 가서 잠이나 자자.."
고타로우는 늘어진 자세로 일어났다. 고보시와 다카시도 일어났다. 그리고 시아에게 조용히 인사했다.
"시아 누나, 잘 자."
셋이 나가자 시아는 혼자가 되었다. 사실 밤은 늦지 않았다.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되었지만 시간은 1시간 정도밖에 흐르지 않았다. 아직은 5시였다.
고타로우는 시아가 혼자 있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피는 통한다고, 고타로우는 시아와 이심전심이었다.
방에 혼자 남은 시아는 냐가 누워있던 자리에 소리없이 앉았다. 그리고 조용히 흐느꼈다.
냐상.. 냐상.. 냐상이 나한테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몰랐어요.. 그저.. 상급 악마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시아의 가녀린 흐느낌이 하늘 위로 퍼져가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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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가 죽었다
으허허엉[퍼벅]
냐의 시체 처리가 씌여지지 않아서 수정했습니다.
* NZLE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10-24 23:46)
냐상.. 냐상.. 냐상이 나한테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몰랐어요.. 그저.. 상급 악마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시아의 가녀린 흐느낌이 하늘 위로 퍼져가 흩어졌다.
이말 너무 좋아요 미르님...
언제쯤 저도 이 경지에 다다를수 있을지.. 그럼 시험끝난 미르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