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잠깐, 고타로우."
멍하니 창밖을 쳐다보는 고타로우에게 시아가 말했다.
"밖에 나가고 싶은데.."
시아가 말했다. 시아 역시 만월을 쳐다보고 있었다. 검은 하늘의 둥근 노란 달을 시아는 쳐다보고 있었다.
..누가 그렇게 그리운 걸까.
"그래. 나가자."
고타로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아도 비틀거리며 땅에 발을 딛었다. 넘어질 듯 했지만 시아는 넘어지지 않았다. 고타로우는 그런 시아의 팔을 부축해 주려고 했다. 그러나 시아는 웃으며 거절했다.
"괜찮아. 나 혼자도 갈 수 있는걸.. 괜히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
시아는 카샤를 데리고 걸어갔다. 고타로우와 시아는 바깥에 나왔다. 12시가 넘었을 듯 한 이 밤의 아파트의 불빛은 모두 꺼져 있었다.
고타로우는 시아가 가는 데로 따라갔다. 시아는 계속 걸었다. 한참을 걸었을까, 시아는 한 공원의 텅 빈 공터로 걸어가 벤치에 앉았다.
"좋은 밤이다."
시아가 속삭였다.
시아는 악마의 속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밤만 되면 창밖을 내다보기 일쑤였고 급기야 바깥에 나가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시아는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웅크렸다.
"3월인데 쌀쌀해."
고타로우는 시아의 옆에 앉았다. 보름달이 그들을 비추어 주었고, 무언가 불길한 예감이 들면서도 시아는 그 자리를 떠나고 싶어하지 않았다.
뭔가가 불길하긴 했다. 안좋은 예감.
"시아 누나. 빨리 집으로 돌아가자."
고타로우가 제안했다. 하지만 시아는 고개를 저었다.
"몇 분 있지도 않았는데 벌써 들어가는 건 별로인데."
고타로우는 고개를 숙였다. 갑자기 시아가 이상하기도 했고..
"냐옹"
카샤가 어느새 시아의 품에서 벗어나 고타로우를 마구 흔들고 있었다. 이 연녹색을 띄는 고양이는 자꾸만 고타로우에게 가자고 재촉하는 것 같았다.
고타로우는 카샤를 들어 올리더니 카샤와 눈을 마주쳤다.
"너도 가고 싶은 거야, 냐옹아?"
"냐앙.."
카샤가 갑자기 음침한 울음소리를 냈다. 고타로우는 카샤도 추운가보다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카샤의 울음소리가 아니었다.
낮익은 검은 물체 하나가 조금 멀리에서 샛노란 눈을 번뜩이며 고타로우와 카샤, 시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카샤만을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는 듯 했다.
"저건 뭐야?"
고타로우가 물었다. 하지만 카샤가 그것에 대한 대처를 하기 전에 그 검은 물체는 다가오고 있었다.
뾰족한 두 귀에 길다란 꼬리. 카샤처럼 복실복실하지 않고 날렵하게 생긴 몸매. 검은 고양이.
"넌..냐?"
고타로우가 일어나며 물었다. 저 고양이는 보통 고양이가 아니었다. 죽은 시아를 데려갔던 금발머리의 남자였다.
"저리 가!"
고타로우가 소리질렀다. 하지만 검은고양이, 냐는 가지 않았다. 그 고양이는 카샤를 노려보고 있었다.
"냐.."
냐가 조용히 으르렁 거렸다. 순간 시아가 그 쪽을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냐? 냐상?"
시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냐는 갑자기 악마의 모습을 갖추었다. 고타로우는 냐가 사라진 줄 알았다. 하지만 시아는 악마의 모습인 냐를 볼 수 있었다.
"냐상. 여기엔 왜.."
시아가 묻자 냐는 코웃음을 쳤다.
"그걸 묻는거야?"
"..예.. 냐상.."
시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냐는 고타로우를 돌아보았다. 고타로우는 영문을 모른 채 혼자 중얼거리는 시아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저 소년도 그 신기한 능력은 사라진 모양이로군."
냐가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아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넌 사라지지 않았어."
냐가 외쳤다. 갑자기 카샤가 갸르릉 거리며 털을 빳빳이 세웠다.
"왜..그래, 카샤?"
고타로우가 카샤를 진정시키며 물었다.
"너도 악마를 볼 수 있는 건가?"
고타로우가 중얼거리자 냐가 훗 하고 웃으며 카샤를 바라보았다.
"빨리 너의 정체를 드러내지, 천사?"
냐가 말하자 갑자기 카샤는 새하얀 섬광을 내며 천사의 모습으로 변했다. 물론 고타로우는 또 사라진 카샤를 보고 놀랄 뿐이었다.
시아는 갑자기 자기의 눈 앞에 연두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흰 옷의 소년을 보고 날랐다. 소년은 새하얗고 거대한 성스런 빛을 가진 날개를 가지고 있었다.
"누..누구세요? 전에 봤던 분인데.. 혹시.."
시아가 묻자 카샤는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전 까지 고타로우군에게 안겨있던 고양이에요."
카샤가 말했다. 냐는 웃으며 카샤를 바라보았다.
"드디어 정체를 들어내시는군. 트론즈 카샤."
카샤는 냐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또 만났구나, 악마여.."
"왜 3급이라는 분이 여기에서 고양이로 변해 있는 거에요..? 말을 해 주세요.."
시아가 말했다. 고타로우는 시아가 하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3급?
"나는 미샤와 사샤의 오빠 카샤라고 해. 우리 이름 돌림자인 '샤'를 듣고 뭔가 짐작한 게 없었어?"
카샤가 말했다. 시아는 고개를 흔들었다. 전혀 짐작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넌 마력을 가진채로 지상에 내려왔어. 미샤의 실수로 말이야. 그래서 나는 너의 마력을 없애기 위해 여기로 온 거야. 그러기 위해선 너한테 접근해야 하는데 천사로 오면.."
카샤가 거기까지 말하자 시아가 말했다.
"제..제가 마력을 가지고?"
카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넌 네가 드래곤 슬레이브를 사용했을 때의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어.."
"드래곤 슬레이브?"
냐가 끼어들었다.
"시아 네가 그 마법을 시전했단 말이냐?"
"..네..냐상.."
시아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고타로우는 그 말을 듣고 놀랐다. 지금 시아는 냐와 대화를 하고 있다. 냐가 3급 악마란 것인가? 고양이로 변해있다는 것도 냐일테고..
그럼 카샤는 어디로 갔을까?
"시아, 넌 아직도 악마의 습성을 가지고 있다."
냐는 시아를 가리키며 말했다. 시아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에요. 전 인간이에요. 인간으로 내려온 거에요."
냐는 시아를 바라보더니 말을 계속 이었다.
"나는 너의 마력을 다시 사용해서, 널 악마로 만들려고 온 것이다."
싫었다. 시아는 그게 싫었다. 다시 악마가 되는 것이란 죽어도 싫었다.
"시..싫어요! 악마는 되고 싶지 않아요."
시아가 다급하게 외쳤다. 그리고 시아는 카샤를 애처롭게 쳐다보았다.
"제..제 마력을 없애주세요.."
카샤가 마력을 흡수하는 주문을 시전하자 냐는 카샤를 옆으로 밀쳤다. 카샤는 옆으로 털썩 쓰러졌다.
"무..무슨 짓이죠?"
카샤가 벌떡 일어나며 물었다. 냐는 기분나쁜 웃음을 흘렸다.
"1급 악마인 나를 감히 3급 천사가 상대하려고 하느냐? 좋게 시아를 내 놓아라."
카샤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절대 안됩니다! 정의 앞에서 전 절대로 시아를 악마로 만들 수 없습니다."
시아는 벌벌 떨며 냐와 카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시아의 머릿속엔 빨리 카샤가 자신의 마력을 흡수해 버렸으면 하는 생각밖에 없었다.
"시아는 어짜피 악마가 될 몸이다. 사라져, 천사."
냐가 잔인하게 말했다. 카샤는 고개를 흔들었다.
"싫어요."
카샤의 손에서 백색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이렇게 나오신다면 저 쪽에서 공격할 수 밖에."
냐는 픽 웃었다.
"그럼 내 쪽에서도 공격해 주지."
카샤가 붕 떴다. 그리고 외쳤다.
"카오틱 디스팅레이트!"
냐는 재빨리 서 있던 자리에서 옆으로 피했다. 그러자 쾅 하며 청백색의 섬광이 기둥의 형태를 하고 냐가 서있던 자리에서 솟아올랐다.
"후. 제법 강력한 마법을 사용하는데, 천사."
냐가 빈정거리며 말을 건냈다. 하지만 냐는 방심했던 것이었다. 곧 카샤의 몸 주변에서 청백색의 작은 구슬모양의 빛덩어리가 뿜어져 나오더니 냐가 서있던 곳을 사정없이 때렸다.
콰과과광!
냐는 피할 순 있었다. 하지만 원모양으로 던져진 구체들은 냐가 피하다가 상처를 입을 수 있도록 폭파되었다. 그 바람에 냐는 팔에 망토가 찢겨나가며 심각한 상처를 입게 되었다.
"후. 제법인데."
냐는 피가 흐르는 팔을 손으로 감싸며 웃었다.
"방금전엔 내가 잠시 방심했었다. 하지만 천계의 천재 천사라는게 바로 천사 너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겠군."
냐는 웃으며 자신의 손에도 검은 기운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1급 악마라는 게 무엇인지 깨닫게 해 주겠다. 3급 천사."
무서울 정도로 냐의 손에서 형성되고 있는 검은 구슬은 주변의 어둠을 모두 빨아들인 듯 무섭게 타오르고 있었다. 카샤는 움찔하며 손에 다시 마법을 시전하고 있었다.
점점 검은 드래곤의 형상을 갖추고 있는 저 마법은, 흑마법 최강의 주문 드래곤 슬레이브 이다.
룬 베니쉬로 깨트릴 수 없어. 룬 베니쉬로 깨트릴 수 없어.
"드래곤 슬레이브!"
검은 드래곤의 형상이 카샤를 덮쳤다. 겁에 질린 표정으로 지켜보던 시아는 곧 고개를 숙이며 비명을 질렀고, 고타로우는 그런 시아를 토닥토닥 하고 있었다.
카샤는 침착하게 드래곤 슬레이브를 바라보았다. 피하는 거야.
드래곤 슬레이브는 카샤를 덮치려고 무시무시한 기세로 다가왔다. 카샤는 곧 날개를 펼쳐 재빨리 날아올랐다. 하지만 드래곤 슬레이브의 상당한 속력에 의해 카샤는 발을 약간 다치고 말았다.
"으윽.."
카샤는 피가 흐르고 있는 다리를 살펴보고 곧 리커버리로 치유를 했다. 냐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나보다 싸우는게 더 편하겠군, 천사."
그러다 냐는 고타로우를 바라보았고, 시아도 바라보았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나오면 누가 더 분리할까?"
냐의 손에서 다시 검은 구체가 나타났다. 카샤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말의 의미는?
"지옥의 불꽃"
냐가 속삭였다. 카샤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안돼에에에!"
* NZLE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10-24 23:46)
멍하니 창밖을 쳐다보는 고타로우에게 시아가 말했다.
"밖에 나가고 싶은데.."
시아가 말했다. 시아 역시 만월을 쳐다보고 있었다. 검은 하늘의 둥근 노란 달을 시아는 쳐다보고 있었다.
..누가 그렇게 그리운 걸까.
"그래. 나가자."
고타로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아도 비틀거리며 땅에 발을 딛었다. 넘어질 듯 했지만 시아는 넘어지지 않았다. 고타로우는 그런 시아의 팔을 부축해 주려고 했다. 그러나 시아는 웃으며 거절했다.
"괜찮아. 나 혼자도 갈 수 있는걸.. 괜히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
시아는 카샤를 데리고 걸어갔다. 고타로우와 시아는 바깥에 나왔다. 12시가 넘었을 듯 한 이 밤의 아파트의 불빛은 모두 꺼져 있었다.
고타로우는 시아가 가는 데로 따라갔다. 시아는 계속 걸었다. 한참을 걸었을까, 시아는 한 공원의 텅 빈 공터로 걸어가 벤치에 앉았다.
"좋은 밤이다."
시아가 속삭였다.
시아는 악마의 속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밤만 되면 창밖을 내다보기 일쑤였고 급기야 바깥에 나가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시아는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웅크렸다.
"3월인데 쌀쌀해."
고타로우는 시아의 옆에 앉았다. 보름달이 그들을 비추어 주었고, 무언가 불길한 예감이 들면서도 시아는 그 자리를 떠나고 싶어하지 않았다.
뭔가가 불길하긴 했다. 안좋은 예감.
"시아 누나. 빨리 집으로 돌아가자."
고타로우가 제안했다. 하지만 시아는 고개를 저었다.
"몇 분 있지도 않았는데 벌써 들어가는 건 별로인데."
고타로우는 고개를 숙였다. 갑자기 시아가 이상하기도 했고..
"냐옹"
카샤가 어느새 시아의 품에서 벗어나 고타로우를 마구 흔들고 있었다. 이 연녹색을 띄는 고양이는 자꾸만 고타로우에게 가자고 재촉하는 것 같았다.
고타로우는 카샤를 들어 올리더니 카샤와 눈을 마주쳤다.
"너도 가고 싶은 거야, 냐옹아?"
"냐앙.."
카샤가 갑자기 음침한 울음소리를 냈다. 고타로우는 카샤도 추운가보다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카샤의 울음소리가 아니었다.
낮익은 검은 물체 하나가 조금 멀리에서 샛노란 눈을 번뜩이며 고타로우와 카샤, 시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카샤만을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는 듯 했다.
"저건 뭐야?"
고타로우가 물었다. 하지만 카샤가 그것에 대한 대처를 하기 전에 그 검은 물체는 다가오고 있었다.
뾰족한 두 귀에 길다란 꼬리. 카샤처럼 복실복실하지 않고 날렵하게 생긴 몸매. 검은 고양이.
"넌..냐?"
고타로우가 일어나며 물었다. 저 고양이는 보통 고양이가 아니었다. 죽은 시아를 데려갔던 금발머리의 남자였다.
"저리 가!"
고타로우가 소리질렀다. 하지만 검은고양이, 냐는 가지 않았다. 그 고양이는 카샤를 노려보고 있었다.
"냐.."
냐가 조용히 으르렁 거렸다. 순간 시아가 그 쪽을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냐? 냐상?"
시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냐는 갑자기 악마의 모습을 갖추었다. 고타로우는 냐가 사라진 줄 알았다. 하지만 시아는 악마의 모습인 냐를 볼 수 있었다.
"냐상. 여기엔 왜.."
시아가 묻자 냐는 코웃음을 쳤다.
"그걸 묻는거야?"
"..예.. 냐상.."
시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냐는 고타로우를 돌아보았다. 고타로우는 영문을 모른 채 혼자 중얼거리는 시아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저 소년도 그 신기한 능력은 사라진 모양이로군."
냐가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아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넌 사라지지 않았어."
냐가 외쳤다. 갑자기 카샤가 갸르릉 거리며 털을 빳빳이 세웠다.
"왜..그래, 카샤?"
고타로우가 카샤를 진정시키며 물었다.
"너도 악마를 볼 수 있는 건가?"
고타로우가 중얼거리자 냐가 훗 하고 웃으며 카샤를 바라보았다.
"빨리 너의 정체를 드러내지, 천사?"
냐가 말하자 갑자기 카샤는 새하얀 섬광을 내며 천사의 모습으로 변했다. 물론 고타로우는 또 사라진 카샤를 보고 놀랄 뿐이었다.
시아는 갑자기 자기의 눈 앞에 연두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흰 옷의 소년을 보고 날랐다. 소년은 새하얗고 거대한 성스런 빛을 가진 날개를 가지고 있었다.
"누..누구세요? 전에 봤던 분인데.. 혹시.."
시아가 묻자 카샤는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전 까지 고타로우군에게 안겨있던 고양이에요."
카샤가 말했다. 냐는 웃으며 카샤를 바라보았다.
"드디어 정체를 들어내시는군. 트론즈 카샤."
카샤는 냐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또 만났구나, 악마여.."
"왜 3급이라는 분이 여기에서 고양이로 변해 있는 거에요..? 말을 해 주세요.."
시아가 말했다. 고타로우는 시아가 하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3급?
"나는 미샤와 사샤의 오빠 카샤라고 해. 우리 이름 돌림자인 '샤'를 듣고 뭔가 짐작한 게 없었어?"
카샤가 말했다. 시아는 고개를 흔들었다. 전혀 짐작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넌 마력을 가진채로 지상에 내려왔어. 미샤의 실수로 말이야. 그래서 나는 너의 마력을 없애기 위해 여기로 온 거야. 그러기 위해선 너한테 접근해야 하는데 천사로 오면.."
카샤가 거기까지 말하자 시아가 말했다.
"제..제가 마력을 가지고?"
카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넌 네가 드래곤 슬레이브를 사용했을 때의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어.."
"드래곤 슬레이브?"
냐가 끼어들었다.
"시아 네가 그 마법을 시전했단 말이냐?"
"..네..냐상.."
시아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고타로우는 그 말을 듣고 놀랐다. 지금 시아는 냐와 대화를 하고 있다. 냐가 3급 악마란 것인가? 고양이로 변해있다는 것도 냐일테고..
그럼 카샤는 어디로 갔을까?
"시아, 넌 아직도 악마의 습성을 가지고 있다."
냐는 시아를 가리키며 말했다. 시아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에요. 전 인간이에요. 인간으로 내려온 거에요."
냐는 시아를 바라보더니 말을 계속 이었다.
"나는 너의 마력을 다시 사용해서, 널 악마로 만들려고 온 것이다."
싫었다. 시아는 그게 싫었다. 다시 악마가 되는 것이란 죽어도 싫었다.
"시..싫어요! 악마는 되고 싶지 않아요."
시아가 다급하게 외쳤다. 그리고 시아는 카샤를 애처롭게 쳐다보았다.
"제..제 마력을 없애주세요.."
카샤가 마력을 흡수하는 주문을 시전하자 냐는 카샤를 옆으로 밀쳤다. 카샤는 옆으로 털썩 쓰러졌다.
"무..무슨 짓이죠?"
카샤가 벌떡 일어나며 물었다. 냐는 기분나쁜 웃음을 흘렸다.
"1급 악마인 나를 감히 3급 천사가 상대하려고 하느냐? 좋게 시아를 내 놓아라."
카샤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절대 안됩니다! 정의 앞에서 전 절대로 시아를 악마로 만들 수 없습니다."
시아는 벌벌 떨며 냐와 카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시아의 머릿속엔 빨리 카샤가 자신의 마력을 흡수해 버렸으면 하는 생각밖에 없었다.
"시아는 어짜피 악마가 될 몸이다. 사라져, 천사."
냐가 잔인하게 말했다. 카샤는 고개를 흔들었다.
"싫어요."
카샤의 손에서 백색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이렇게 나오신다면 저 쪽에서 공격할 수 밖에."
냐는 픽 웃었다.
"그럼 내 쪽에서도 공격해 주지."
카샤가 붕 떴다. 그리고 외쳤다.
"카오틱 디스팅레이트!"
냐는 재빨리 서 있던 자리에서 옆으로 피했다. 그러자 쾅 하며 청백색의 섬광이 기둥의 형태를 하고 냐가 서있던 자리에서 솟아올랐다.
"후. 제법 강력한 마법을 사용하는데, 천사."
냐가 빈정거리며 말을 건냈다. 하지만 냐는 방심했던 것이었다. 곧 카샤의 몸 주변에서 청백색의 작은 구슬모양의 빛덩어리가 뿜어져 나오더니 냐가 서있던 곳을 사정없이 때렸다.
콰과과광!
냐는 피할 순 있었다. 하지만 원모양으로 던져진 구체들은 냐가 피하다가 상처를 입을 수 있도록 폭파되었다. 그 바람에 냐는 팔에 망토가 찢겨나가며 심각한 상처를 입게 되었다.
"후. 제법인데."
냐는 피가 흐르는 팔을 손으로 감싸며 웃었다.
"방금전엔 내가 잠시 방심했었다. 하지만 천계의 천재 천사라는게 바로 천사 너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겠군."
냐는 웃으며 자신의 손에도 검은 기운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1급 악마라는 게 무엇인지 깨닫게 해 주겠다. 3급 천사."
무서울 정도로 냐의 손에서 형성되고 있는 검은 구슬은 주변의 어둠을 모두 빨아들인 듯 무섭게 타오르고 있었다. 카샤는 움찔하며 손에 다시 마법을 시전하고 있었다.
점점 검은 드래곤의 형상을 갖추고 있는 저 마법은, 흑마법 최강의 주문 드래곤 슬레이브 이다.
룬 베니쉬로 깨트릴 수 없어. 룬 베니쉬로 깨트릴 수 없어.
"드래곤 슬레이브!"
검은 드래곤의 형상이 카샤를 덮쳤다. 겁에 질린 표정으로 지켜보던 시아는 곧 고개를 숙이며 비명을 질렀고, 고타로우는 그런 시아를 토닥토닥 하고 있었다.
카샤는 침착하게 드래곤 슬레이브를 바라보았다. 피하는 거야.
드래곤 슬레이브는 카샤를 덮치려고 무시무시한 기세로 다가왔다. 카샤는 곧 날개를 펼쳐 재빨리 날아올랐다. 하지만 드래곤 슬레이브의 상당한 속력에 의해 카샤는 발을 약간 다치고 말았다.
"으윽.."
카샤는 피가 흐르고 있는 다리를 살펴보고 곧 리커버리로 치유를 했다. 냐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나보다 싸우는게 더 편하겠군, 천사."
그러다 냐는 고타로우를 바라보았고, 시아도 바라보았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나오면 누가 더 분리할까?"
냐의 손에서 다시 검은 구체가 나타났다. 카샤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말의 의미는?
"지옥의 불꽃"
냐가 속삭였다. 카샤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안돼에에에!"
* NZLE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10-24 2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