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미샤는 가벼운 날갯짓으로 황금의 문 앞으로 날아갔다. 황금 문 앞에는 회색 머리칼의 천사가 없었다. 그리고 황금 문은 빼꼼히 열려 있었다.
문이 열려 있네? 들어가 볼까? 미샤는 문가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황금 문가 쪽으로 머리를 살짝 내밀었다.
덜컹
"으으아아악!!"
문이 갑자기 열리자 놀란 미샤는 뒤로 재빨리 물러섰다. 문에서 화사한 연두빛 머리카락의 예쁘장한 천사가 고개를 내밀었다.
"어어? 미샤네? 너 여기에 왜 있는거야?"
"카샤.."
미샤는 연두머리 천사를 쳐다보았다.
"넌 대천사 이상이 아니잖아. 여기에 들어 오면 안 되는게 하늘의 법이야."
카샤가 냉정하게 말했다. 미샤는 입을 삐죽였다.
"오빠까지 이러기야?"
카샤는 씩 웃었다.
"미샤, 너도 크면 여기에 들어갈 수 있을거야. 그럼 지금은 중요한 회의가 있어서. 곧 사샤도 올거야."
카샤는 문을 닫아버렸다. 미샤는 멍한 눈으로 황금빛 문을 쳐다보았다. 언제나 다정하고 착하고 게다가 미소년까지 되는 카샤 오빠가 이렇게까지 하다니, 정말 들어가면 안 되는 가 보다.
"그래도 오빠 너무해!"
미샤는 혼잣말로 문에 대고 중얼거렸다. 그 때 뒤에서 누군가가 미샤를 끌어당겼다.
"누구.."
미샤가 뒤를 돌아보자 뒤에는 노란 머리카락에 화난 표정을 하고 있는 사샤가 서 있었다. 미샤가 놀란 눈으로 사샤를 바라보자 사샤는 얼른 미샤의 이마를 주먹으로 꽁 때려주었다. 미샤가 아프다는 듯 사샤를 쳐다보자 사샤는 여전히 화난 목소리로 미샤에게 물었다.
"그 편지, 네가 보낸거 정말이야?"
사샤의 목소리는 화난 듯 했다. 정말로 화가 난 모양이다. 미샤는 아픈 이마를 연신 문질러 대며 고개를 갸우뚱 했다.
"무슨 편지?"
"무슨 편지라니?"
사샤가 따지듯 물었다.
"그 편지 네가 보낸 게 아니란 말이야?"
미샤는 누군가 마음 한구석을 바늘로 찌르기라도 한 듯 몸을 움찔했다. 하지만 그건 나쁜 편지가 아니었다!
"그 편지는 나쁜 편지가 아니었어."
미샤는 마음속에 들어있던 생각을 사샤에게 말했다. 그러자 사샤는 더욱 무서운 표정을 짓고 미샤를 노려보았다.
"그게 나쁜 편지가 아니라구?"
사샤는 다시 미샤의 이마를 살짝 때렸다.
"아니라구? 아니라고? 아니란 말이야?"
사샤는 아니라고 란 말 한 마디에 미샤의 이마를 계속 때렸다. 미샤는 울상을 지었다.
"아파, 언니."
사샤는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지옥에 있는 죄수를 맨날 만나게 해달라고 하느님한테 조르는 편지였다며? 게다가 인간으로써 삶을 다시 살게 해 달라고 했다고? 죄수를 석방 시켜주란 말이야? 지옥에 떨어진 죄수는 그걸로 끝이야. 다시 되돌이킬 수 없어! 다시 연옥으로 돌아가거나, 환생한다는 건 아주 불가능한 일이야. 미샤, 넌 공부를 제대로 하기라도 한 거야? 어떻게 지옥에 떨어진 죄수를 그렇게 해 달라고 부탁할 생각을 할 수 있지? 나 원 참.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었나? 네가 인간이랑 가깝게 지냈다는 것도 나한텐 아주 놀라운 일이었는데 네가 일을 또 저지르는구나? 네가 내 동생이란 사실이 믿겨지지가 않아, 미샤."
사샤는 계속 혼자서 중얼거렸다. 미샤는 고개를 푸욱 숙였다.
"공부는 했어. 그치만.."
"그치만 뭐?"
계속 무서운 눈으로 사샤는 미샤를 노려보았다. 미샤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시아는 악마라는 것 외엔 지옥에 떨어질 만한 일을 하지 않았다니깐!"
"목숨을 빨아먹었다면서! 그게 어떻게 지옥에 떨어질 만한 일이 아니지? 자신의 인생은 언제나 정해져 있는데 말이야. 남의 목숨을 뺏어 먹다니! 그건 하느님 법칙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사샤의 말이 백 번 옳았다. 미샤는 아무 말도 못했다.
"어이, 사샤. 안들어오니?"
황금의 문을 빼곡히 열고 미샤보다 더 짙은 다홍색 머리카락의 천사가 물었다.
"예, 들어옵니다!"
사샤는 얼른 황금의 문 쪽으로 잽싸게 날아갔다. 문가까지 날아가자 사샤는 미샤를 돌아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회의는 다 너 때문에 일어난 거야. 회의가 끝나면 어떤 의견이 나올 지는 모르겠지만, 너까지 추방시켜버리자는 의견이 나올지도 몰라."
그렇게 말하고 사샤는 문으로 들어가더니 문을 쾅 닫아버렸다.
홀로 남은 미샤는 울고 싶은 심정뿐이었다. 미샤는 고개를 수그리고 문 근처를 잠시 서성였다가, 너무 지루한 나머지 문 근처에 있는 호숫가로 다가갔다. 호수는 오팔처럼 맑고 투명했으며, 아주 아름다웠다. 안에는 색색의 물고기들이 헤엄쳐 다니고 있었다.
"'성어'들."
미샤는 중얼거리며 호숫가쪽으로 몸을 숙였다. 물고기들은 미샤쪽으로 몰려왔다.
"천사다."
"천사네."
"왜 저 천사는 회의로 안들어가지?"
물고기들은 저마다 미샤를 보고 한 마디씩 했다. 이 물고기들은 전생에 착하게 살아서 원하는 모습으로 호수를 헤엄쳐 다니고 있었다. 만져보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워서 미샤는 호수 속으로 손가락을 살며시 집어넣었다. 물고기들은 저마다 미샤의 손가락으로 달려들었다.
"난 하급천사여서 회의로 들어갈 수 없어."
미샤가 말했다.
"아켄젤즈 인가?"
한 물고기가 물었다.
"아켄젤즈래."
"아켄젤즈라서 못들어간대."
"아켄젤즈는 천사계급중 가장 낮은거 아니야?"
미샤는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난 천사가 된지 3개월 지났어."
물고기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3개월 지났대."
"정말 하급이다."
"그래도 날개가 있는걸? 천사는 천사지 계급이 중요하나?"
"우리는 천어다."
'우리는 성어."
미샤는 물가에서 손가락을 뺐다. 시원한 호수였고, 손가락엔 물기가 말라가고 있었다.
"나 심심해."
미샤는 호숫가 쪽으로 머리를 더 들이댔다.
"예쁘네."
"이름이 뭐니?"
한 물고기가 물었다.
"미샤."
미샤가 자기 이름을 소개했다. 그러자 물고기들이 다시 한 마디씩 내뱉었다.
"미샤라면, 그 유명한 문제 천사?"
"지금 하는 회의도 미샤 편지 수습 회의 라는데?"
"문제를 많이 일으키는 천사인가 보지?"
"그래도 귀엽다."
"아직 어린 천사니까 그런가 보지."
물고기들이 수군거렸다. 미샤는 조용히 그 말들을 들었다. 귀엽다고 할 때엔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고, 문제천사라고 하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해졌다. 미샤의 얼굴표정변화에 아무런 관심을 가지지 않고, 물고기들은 저마다 한 마디 씩 했다. 그 때 한 물고기의 말이 미샤의 마음을 아프게 찌르고 들어왔다.
"인간이랑 친하게 지내서 최하급이 된 적이 있다며?"
미샤는 그 말을 얼른 떨쳐버리려고 했다. 이미 죽은 고타로는 다시 태어나서 행복해 졌는데 뭐.
"미샤네 삼형제는 미샤 빼고 엘리트라며?"
"사샤는 시험도 한번에 합격하고, 벌써 파워즈래. 합격한 즉시 파워즈 됐대."
"그럼 벌써 6계급이란 말이야?"
"그럼 하느님이 직접 창조한 천사야?"
"아니, 아닌데 너무 뛰어난 능력을 가져서 그 계급으로 올려줬대."
"대단하다."
"첫째 카샤는 트론즈래."
"정말? 상급이네?"
"3계급이잖아."
"정말 능력이 좋나보구나"
미샤는 그들의 소리를 조용히 듣고 있었다. 다 맞는 소리였다. 언니 사샤나, 오빠 카샤는 너무 뛰어났다. 자기는 하급, 엔젤즈. 인간과 가장 가까운 형태의 다음 단계. 8계급. 오빠는 3계급이고 언니는 6계급이다.
나는 무엇일까? 그저 문제만 일으키는 말썽꾸러기 천사일까?
미샤는 손가락을 살며시 호수에 담갔다. 곧 두 손 모두를 손에 담갔고, 차가운 물의 감촉이 너무 좋았다. 미샤는 살며시 손가락을 흔들었다. 물살이 손가락 사이로 부드럽게 들어왔다. 수군거리는 물고기들의 소리도 점점 잦아졌다. 미샤는 포근한 구름위에서 호수에 손을 담그고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풍덩
누군가가 물에 빠져들었다. 미샤는 뒤를 돌아보았다. 고타로우였다. 하얗게 질린 얼굴은 물속에서 괴로워 하고 있었고, 고타로우의 손이 살며시 떨리고 있었다. 고타로우는 무언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미샤는 고타로우를 구하러 얼른 날아갔다. 그렇지만 고타로우를 만질 수 없었다. 건질 수도 없었다.
「미샤 누나랑 영원히..행복할..거야..」
고타로우의 차가운 손이 물위로 떴다. 조금씩 떨리던 손은 이제 멈추었다.
「고..고타로우?」
미샤는 고타로우의 이름을 불렀다.
「괜찮아?」
대답이 없었다.
아니다. 고타로우는..아닐거야...그렇게 되지 않았을거야..
「고타로우!」
믿기지 않았다. 미샤의 눈물은 고타로우의 식은 몸 위로 천천히 떨어졌다.
고타로우의 몸을 만질 수 없다. 통과해 버린다. 고타로우는 인간이고 나는 천사다.
「싫어, 싫어!」
미샤는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미샤는 눈물을 흘리며 고타로우의 주검을 떠나 갈 수 밖에 없었다. 하늘로 올라가자 곧 천사들의 따가운 눈총이 쏟아졌다.
「저 천사가 인간이랑 친하게 지냈다며?」
「친하게 지내서 인간이 자살해버렸대.」
「어쩜 저렇게 수치스러울 수가.」
「천사로서 어떻게 저럴 수 가 있지?」
미샤의 몸은 가시덩쿨에 갇혀 버렸다. 미샤는 눈물을 흘리며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앞에는 사샤가 서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가지 말랬잖아. 이젠 어쩔 수 없어.」
미샤는 가시덩쿨을 두 손으로 붙잡았다. 약한 피부는 금세 가시에 찔려 붉은 선혈을 흘렸다.
「나..나는 고타로우를.. 행복하게 해 주지 못했어요!」
사샤는 그게 누구한테 하는 말일까, 하고 생각했지만 곧 그게 죽은 그 인간한테 한 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사샤는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미샤, 미안하지만 그 안에서 반성좀 해라.」
사샤는 미샤에게서 등을 돌렸다. 미샤는 눈물을 흘리며 고타로우를 생각했다.
고타로우, 미안해요.. 행복하게 해 주지 못해서..
미샤는 퍼뜩 잠에서 깼다. 식은땀이 흘렀다. 손은 물속에서 불어 쭈글쭈글해져 있었다.
'왜 자꾸 그런 꿈을.. 아니야..아니야..'
갑자기 의문이 생겼다.
왜 이런 꿈을 꾸게 되었지?
열등감 때문일까..
그럴 만도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꿈을 꿀 수 없었다. 고타로우는 불행하지도 않다. 그리고 고타로우는 죽은것도 아니다. 미샤는 지금 천사의 직위를 되찾았다. 게다가 방금전에 물고기들이 하는 말을 듣지 않았는가? 카샤와 사샤에 대한 미샤와의 비교.
고타로우가 보고 싶었다. 미샤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황금의 문이 덜컹 열렸다. 문에서 가장 먼저 사샤가 나오고 있었다. 사샤는 미샤에게 달려가더니 미샤를 보고 한숨을 푹 쉬었다.
"너 잔거야?"
미샤는 고개를 끄덕였다.
"온 몸이 식은땀에 젖어 있네. 집에 가서 먼저 씻고 옷 갈아 입어야 겠다."
이럴 땐 냉정해 보이던 사샤가 정말 언니같았다.
사샤는 갑자기 미샤를 홱 돌아보았다.
"그나저나, 너 저기 안으로 들어가 봐야 겠다?"
"무슨 소리야?"
미샤가 물었다.
카샤까지 안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저기에 들어갈 일은 미샤로써는 이미 포기한 상태였다.
"모르겠어.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하느님 대신 나오신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어. '아무래도 우리끼리 해결할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미샤란 아이를 직접 대려오십시오.' 물론 천사들은 반대가 심했어. 그렇지만 어쩔 수 없잖니?"
사샤는 미샤에게 황금의 문으로 들어가라고 가르쳐 주었다.
"문으로 들어가면 그 회색 머리 천사가 안내해 줄거야."
미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 설레이기도 하지만 마음이 불편하였다.
무슨 이유일까..
미샤는 말없이 황금의 문쪽으로 들어갔다. 방금전에도 카샤와 이야기 하면서 잠시 봤지만 정말 금빛으로 번쩍이고 웅장했다. 그 안으로 발을 들어 넣으려니 갑자기 가슴이 떨렸다. 얼마나 들어가고 싶던 곳인가!
안으로 들어간 미샤는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황금의 문 안쪽은 정말 기가 막혔다! 초록빛 잔디가 엷게 깔려져 있었고, 꽃들도 화창하게 피어 있었다. 말 그대로 천국 중의 천국이었다. 잔디밭에는 오팔 호수가 하나 더 있었다. 아무래도 문 밖의 오팔 호수와 연결되어 있던 것 같았다. 그 물고기들이 이렇게 말하는것을 보니 말이다.
"하급천사라서 못 들어간다며, 들어오잖아."
미샤는 계속 잔디밭을 따라 걸어갔다. 미샤가 밟고 있는 것은 벽돌이었다. 벽돌길을 따라 걷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은 언제 보일지 몰랐다. 아무래도 천사들은 날아서 가나 보다. 하지만 미샤는 걷고 싶었다. 계속 걷자 곧 하얗고 아름다운 성이 하나 나왔다.
"우와아!"
미샤는 조용히 성을 감상했다. 매끈한 기둥 여러개가 받치고 있고, 가운데는 십자가 하나가 박혀 있었다. 정말 웅장하고 멋진 성이었다.
성의 주변에는 아름다운 천사들이 조용히 걷거나 날아다니거나 혹은 책을 읽고 있었다. 그 중 카샤도 보였다. 미소년인 카샤는 역시나 여자 천사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후에에! 오빠는 능력있고 인기많아서 좋겠다.'
미샤는 조용히 생각하며 성의 계단을 올라갔다. 그 때 여자 천사들이 미샤를 보고 한 마디씩 했다.
"어머, 하급 천사 아니야?"
"나름대로 귀엽게 생겼네?"
"그런데 왜 저런 천사가 여기에 있지?"
"나이도 어린 것 같은데."
그 때 카샤가 나왔다.
"어, 미샤. 왔구나."
여자 천사들은 수군거렸다.
"저 애가 미샤야?"
"카샤의 동생이었단 말이야?"
미샤는 어두운 표정으로 카샤를 떠밀었다.
"카샤는 아는척 하지 말아줘. 카샤가 욕먹잖아."
카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미샤. 너는 내 동생이잖아."
"동생은 사샤로 충분해.."
미샤는 울듯한 표정을 지으며 카샤의 곁을 떠났다. 미샤가 가고 나자 카샤는 중얼거렸다.
"저 애가 갑자기 왜 저래?"
하긴 미샤는 원래 아주 활기찼으니까.
카샤는 알 듯 모를듯 한 미샤의 행동에 고개를 갸우뚱 하며 미샤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그래. 미샤는 마음이 매우 혼란스러울 거야. 장안의 화재가 되고 있는걸..
그런 동생에게 도움이 되어 주고 싶었다. 사샤는 이렇게 말하지만.
"나보다 한살밖에 많지 않으면서 아는척좀 하지 말라고."
그리고 덧붙였다.
"미샤는 여자니까, 내가 항상 따라다닐거야!"
여자라는 것. 그게 사샤의 무기였다.
===================================================
그래도 조금이나마 쓸시간은 있군..=ㅅ=
이번은 쫌 짧죠..ㅅ?
* NZLE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10-24 23:46)
문이 열려 있네? 들어가 볼까? 미샤는 문가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황금 문가 쪽으로 머리를 살짝 내밀었다.
덜컹
"으으아아악!!"
문이 갑자기 열리자 놀란 미샤는 뒤로 재빨리 물러섰다. 문에서 화사한 연두빛 머리카락의 예쁘장한 천사가 고개를 내밀었다.
"어어? 미샤네? 너 여기에 왜 있는거야?"
"카샤.."
미샤는 연두머리 천사를 쳐다보았다.
"넌 대천사 이상이 아니잖아. 여기에 들어 오면 안 되는게 하늘의 법이야."
카샤가 냉정하게 말했다. 미샤는 입을 삐죽였다.
"오빠까지 이러기야?"
카샤는 씩 웃었다.
"미샤, 너도 크면 여기에 들어갈 수 있을거야. 그럼 지금은 중요한 회의가 있어서. 곧 사샤도 올거야."
카샤는 문을 닫아버렸다. 미샤는 멍한 눈으로 황금빛 문을 쳐다보았다. 언제나 다정하고 착하고 게다가 미소년까지 되는 카샤 오빠가 이렇게까지 하다니, 정말 들어가면 안 되는 가 보다.
"그래도 오빠 너무해!"
미샤는 혼잣말로 문에 대고 중얼거렸다. 그 때 뒤에서 누군가가 미샤를 끌어당겼다.
"누구.."
미샤가 뒤를 돌아보자 뒤에는 노란 머리카락에 화난 표정을 하고 있는 사샤가 서 있었다. 미샤가 놀란 눈으로 사샤를 바라보자 사샤는 얼른 미샤의 이마를 주먹으로 꽁 때려주었다. 미샤가 아프다는 듯 사샤를 쳐다보자 사샤는 여전히 화난 목소리로 미샤에게 물었다.
"그 편지, 네가 보낸거 정말이야?"
사샤의 목소리는 화난 듯 했다. 정말로 화가 난 모양이다. 미샤는 아픈 이마를 연신 문질러 대며 고개를 갸우뚱 했다.
"무슨 편지?"
"무슨 편지라니?"
사샤가 따지듯 물었다.
"그 편지 네가 보낸 게 아니란 말이야?"
미샤는 누군가 마음 한구석을 바늘로 찌르기라도 한 듯 몸을 움찔했다. 하지만 그건 나쁜 편지가 아니었다!
"그 편지는 나쁜 편지가 아니었어."
미샤는 마음속에 들어있던 생각을 사샤에게 말했다. 그러자 사샤는 더욱 무서운 표정을 짓고 미샤를 노려보았다.
"그게 나쁜 편지가 아니라구?"
사샤는 다시 미샤의 이마를 살짝 때렸다.
"아니라구? 아니라고? 아니란 말이야?"
사샤는 아니라고 란 말 한 마디에 미샤의 이마를 계속 때렸다. 미샤는 울상을 지었다.
"아파, 언니."
사샤는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지옥에 있는 죄수를 맨날 만나게 해달라고 하느님한테 조르는 편지였다며? 게다가 인간으로써 삶을 다시 살게 해 달라고 했다고? 죄수를 석방 시켜주란 말이야? 지옥에 떨어진 죄수는 그걸로 끝이야. 다시 되돌이킬 수 없어! 다시 연옥으로 돌아가거나, 환생한다는 건 아주 불가능한 일이야. 미샤, 넌 공부를 제대로 하기라도 한 거야? 어떻게 지옥에 떨어진 죄수를 그렇게 해 달라고 부탁할 생각을 할 수 있지? 나 원 참.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었나? 네가 인간이랑 가깝게 지냈다는 것도 나한텐 아주 놀라운 일이었는데 네가 일을 또 저지르는구나? 네가 내 동생이란 사실이 믿겨지지가 않아, 미샤."
사샤는 계속 혼자서 중얼거렸다. 미샤는 고개를 푸욱 숙였다.
"공부는 했어. 그치만.."
"그치만 뭐?"
계속 무서운 눈으로 사샤는 미샤를 노려보았다. 미샤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시아는 악마라는 것 외엔 지옥에 떨어질 만한 일을 하지 않았다니깐!"
"목숨을 빨아먹었다면서! 그게 어떻게 지옥에 떨어질 만한 일이 아니지? 자신의 인생은 언제나 정해져 있는데 말이야. 남의 목숨을 뺏어 먹다니! 그건 하느님 법칙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사샤의 말이 백 번 옳았다. 미샤는 아무 말도 못했다.
"어이, 사샤. 안들어오니?"
황금의 문을 빼곡히 열고 미샤보다 더 짙은 다홍색 머리카락의 천사가 물었다.
"예, 들어옵니다!"
사샤는 얼른 황금의 문 쪽으로 잽싸게 날아갔다. 문가까지 날아가자 사샤는 미샤를 돌아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회의는 다 너 때문에 일어난 거야. 회의가 끝나면 어떤 의견이 나올 지는 모르겠지만, 너까지 추방시켜버리자는 의견이 나올지도 몰라."
그렇게 말하고 사샤는 문으로 들어가더니 문을 쾅 닫아버렸다.
홀로 남은 미샤는 울고 싶은 심정뿐이었다. 미샤는 고개를 수그리고 문 근처를 잠시 서성였다가, 너무 지루한 나머지 문 근처에 있는 호숫가로 다가갔다. 호수는 오팔처럼 맑고 투명했으며, 아주 아름다웠다. 안에는 색색의 물고기들이 헤엄쳐 다니고 있었다.
"'성어'들."
미샤는 중얼거리며 호숫가쪽으로 몸을 숙였다. 물고기들은 미샤쪽으로 몰려왔다.
"천사다."
"천사네."
"왜 저 천사는 회의로 안들어가지?"
물고기들은 저마다 미샤를 보고 한 마디씩 했다. 이 물고기들은 전생에 착하게 살아서 원하는 모습으로 호수를 헤엄쳐 다니고 있었다. 만져보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워서 미샤는 호수 속으로 손가락을 살며시 집어넣었다. 물고기들은 저마다 미샤의 손가락으로 달려들었다.
"난 하급천사여서 회의로 들어갈 수 없어."
미샤가 말했다.
"아켄젤즈 인가?"
한 물고기가 물었다.
"아켄젤즈래."
"아켄젤즈라서 못들어간대."
"아켄젤즈는 천사계급중 가장 낮은거 아니야?"
미샤는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난 천사가 된지 3개월 지났어."
물고기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3개월 지났대."
"정말 하급이다."
"그래도 날개가 있는걸? 천사는 천사지 계급이 중요하나?"
"우리는 천어다."
'우리는 성어."
미샤는 물가에서 손가락을 뺐다. 시원한 호수였고, 손가락엔 물기가 말라가고 있었다.
"나 심심해."
미샤는 호숫가 쪽으로 머리를 더 들이댔다.
"예쁘네."
"이름이 뭐니?"
한 물고기가 물었다.
"미샤."
미샤가 자기 이름을 소개했다. 그러자 물고기들이 다시 한 마디씩 내뱉었다.
"미샤라면, 그 유명한 문제 천사?"
"지금 하는 회의도 미샤 편지 수습 회의 라는데?"
"문제를 많이 일으키는 천사인가 보지?"
"그래도 귀엽다."
"아직 어린 천사니까 그런가 보지."
물고기들이 수군거렸다. 미샤는 조용히 그 말들을 들었다. 귀엽다고 할 때엔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고, 문제천사라고 하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해졌다. 미샤의 얼굴표정변화에 아무런 관심을 가지지 않고, 물고기들은 저마다 한 마디 씩 했다. 그 때 한 물고기의 말이 미샤의 마음을 아프게 찌르고 들어왔다.
"인간이랑 친하게 지내서 최하급이 된 적이 있다며?"
미샤는 그 말을 얼른 떨쳐버리려고 했다. 이미 죽은 고타로는 다시 태어나서 행복해 졌는데 뭐.
"미샤네 삼형제는 미샤 빼고 엘리트라며?"
"사샤는 시험도 한번에 합격하고, 벌써 파워즈래. 합격한 즉시 파워즈 됐대."
"그럼 벌써 6계급이란 말이야?"
"그럼 하느님이 직접 창조한 천사야?"
"아니, 아닌데 너무 뛰어난 능력을 가져서 그 계급으로 올려줬대."
"대단하다."
"첫째 카샤는 트론즈래."
"정말? 상급이네?"
"3계급이잖아."
"정말 능력이 좋나보구나"
미샤는 그들의 소리를 조용히 듣고 있었다. 다 맞는 소리였다. 언니 사샤나, 오빠 카샤는 너무 뛰어났다. 자기는 하급, 엔젤즈. 인간과 가장 가까운 형태의 다음 단계. 8계급. 오빠는 3계급이고 언니는 6계급이다.
나는 무엇일까? 그저 문제만 일으키는 말썽꾸러기 천사일까?
미샤는 손가락을 살며시 호수에 담갔다. 곧 두 손 모두를 손에 담갔고, 차가운 물의 감촉이 너무 좋았다. 미샤는 살며시 손가락을 흔들었다. 물살이 손가락 사이로 부드럽게 들어왔다. 수군거리는 물고기들의 소리도 점점 잦아졌다. 미샤는 포근한 구름위에서 호수에 손을 담그고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풍덩
누군가가 물에 빠져들었다. 미샤는 뒤를 돌아보았다. 고타로우였다. 하얗게 질린 얼굴은 물속에서 괴로워 하고 있었고, 고타로우의 손이 살며시 떨리고 있었다. 고타로우는 무언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미샤는 고타로우를 구하러 얼른 날아갔다. 그렇지만 고타로우를 만질 수 없었다. 건질 수도 없었다.
「미샤 누나랑 영원히..행복할..거야..」
고타로우의 차가운 손이 물위로 떴다. 조금씩 떨리던 손은 이제 멈추었다.
「고..고타로우?」
미샤는 고타로우의 이름을 불렀다.
「괜찮아?」
대답이 없었다.
아니다. 고타로우는..아닐거야...그렇게 되지 않았을거야..
「고타로우!」
믿기지 않았다. 미샤의 눈물은 고타로우의 식은 몸 위로 천천히 떨어졌다.
고타로우의 몸을 만질 수 없다. 통과해 버린다. 고타로우는 인간이고 나는 천사다.
「싫어, 싫어!」
미샤는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미샤는 눈물을 흘리며 고타로우의 주검을 떠나 갈 수 밖에 없었다. 하늘로 올라가자 곧 천사들의 따가운 눈총이 쏟아졌다.
「저 천사가 인간이랑 친하게 지냈다며?」
「친하게 지내서 인간이 자살해버렸대.」
「어쩜 저렇게 수치스러울 수가.」
「천사로서 어떻게 저럴 수 가 있지?」
미샤의 몸은 가시덩쿨에 갇혀 버렸다. 미샤는 눈물을 흘리며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앞에는 사샤가 서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가지 말랬잖아. 이젠 어쩔 수 없어.」
미샤는 가시덩쿨을 두 손으로 붙잡았다. 약한 피부는 금세 가시에 찔려 붉은 선혈을 흘렸다.
「나..나는 고타로우를.. 행복하게 해 주지 못했어요!」
사샤는 그게 누구한테 하는 말일까, 하고 생각했지만 곧 그게 죽은 그 인간한테 한 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사샤는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미샤, 미안하지만 그 안에서 반성좀 해라.」
사샤는 미샤에게서 등을 돌렸다. 미샤는 눈물을 흘리며 고타로우를 생각했다.
고타로우, 미안해요.. 행복하게 해 주지 못해서..
미샤는 퍼뜩 잠에서 깼다. 식은땀이 흘렀다. 손은 물속에서 불어 쭈글쭈글해져 있었다.
'왜 자꾸 그런 꿈을.. 아니야..아니야..'
갑자기 의문이 생겼다.
왜 이런 꿈을 꾸게 되었지?
열등감 때문일까..
그럴 만도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꿈을 꿀 수 없었다. 고타로우는 불행하지도 않다. 그리고 고타로우는 죽은것도 아니다. 미샤는 지금 천사의 직위를 되찾았다. 게다가 방금전에 물고기들이 하는 말을 듣지 않았는가? 카샤와 사샤에 대한 미샤와의 비교.
고타로우가 보고 싶었다. 미샤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황금의 문이 덜컹 열렸다. 문에서 가장 먼저 사샤가 나오고 있었다. 사샤는 미샤에게 달려가더니 미샤를 보고 한숨을 푹 쉬었다.
"너 잔거야?"
미샤는 고개를 끄덕였다.
"온 몸이 식은땀에 젖어 있네. 집에 가서 먼저 씻고 옷 갈아 입어야 겠다."
이럴 땐 냉정해 보이던 사샤가 정말 언니같았다.
사샤는 갑자기 미샤를 홱 돌아보았다.
"그나저나, 너 저기 안으로 들어가 봐야 겠다?"
"무슨 소리야?"
미샤가 물었다.
카샤까지 안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저기에 들어갈 일은 미샤로써는 이미 포기한 상태였다.
"모르겠어.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하느님 대신 나오신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어. '아무래도 우리끼리 해결할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미샤란 아이를 직접 대려오십시오.' 물론 천사들은 반대가 심했어. 그렇지만 어쩔 수 없잖니?"
사샤는 미샤에게 황금의 문으로 들어가라고 가르쳐 주었다.
"문으로 들어가면 그 회색 머리 천사가 안내해 줄거야."
미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 설레이기도 하지만 마음이 불편하였다.
무슨 이유일까..
미샤는 말없이 황금의 문쪽으로 들어갔다. 방금전에도 카샤와 이야기 하면서 잠시 봤지만 정말 금빛으로 번쩍이고 웅장했다. 그 안으로 발을 들어 넣으려니 갑자기 가슴이 떨렸다. 얼마나 들어가고 싶던 곳인가!
안으로 들어간 미샤는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황금의 문 안쪽은 정말 기가 막혔다! 초록빛 잔디가 엷게 깔려져 있었고, 꽃들도 화창하게 피어 있었다. 말 그대로 천국 중의 천국이었다. 잔디밭에는 오팔 호수가 하나 더 있었다. 아무래도 문 밖의 오팔 호수와 연결되어 있던 것 같았다. 그 물고기들이 이렇게 말하는것을 보니 말이다.
"하급천사라서 못 들어간다며, 들어오잖아."
미샤는 계속 잔디밭을 따라 걸어갔다. 미샤가 밟고 있는 것은 벽돌이었다. 벽돌길을 따라 걷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은 언제 보일지 몰랐다. 아무래도 천사들은 날아서 가나 보다. 하지만 미샤는 걷고 싶었다. 계속 걷자 곧 하얗고 아름다운 성이 하나 나왔다.
"우와아!"
미샤는 조용히 성을 감상했다. 매끈한 기둥 여러개가 받치고 있고, 가운데는 십자가 하나가 박혀 있었다. 정말 웅장하고 멋진 성이었다.
성의 주변에는 아름다운 천사들이 조용히 걷거나 날아다니거나 혹은 책을 읽고 있었다. 그 중 카샤도 보였다. 미소년인 카샤는 역시나 여자 천사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후에에! 오빠는 능력있고 인기많아서 좋겠다.'
미샤는 조용히 생각하며 성의 계단을 올라갔다. 그 때 여자 천사들이 미샤를 보고 한 마디씩 했다.
"어머, 하급 천사 아니야?"
"나름대로 귀엽게 생겼네?"
"그런데 왜 저런 천사가 여기에 있지?"
"나이도 어린 것 같은데."
그 때 카샤가 나왔다.
"어, 미샤. 왔구나."
여자 천사들은 수군거렸다.
"저 애가 미샤야?"
"카샤의 동생이었단 말이야?"
미샤는 어두운 표정으로 카샤를 떠밀었다.
"카샤는 아는척 하지 말아줘. 카샤가 욕먹잖아."
카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미샤. 너는 내 동생이잖아."
"동생은 사샤로 충분해.."
미샤는 울듯한 표정을 지으며 카샤의 곁을 떠났다. 미샤가 가고 나자 카샤는 중얼거렸다.
"저 애가 갑자기 왜 저래?"
하긴 미샤는 원래 아주 활기찼으니까.
카샤는 알 듯 모를듯 한 미샤의 행동에 고개를 갸우뚱 하며 미샤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그래. 미샤는 마음이 매우 혼란스러울 거야. 장안의 화재가 되고 있는걸..
그런 동생에게 도움이 되어 주고 싶었다. 사샤는 이렇게 말하지만.
"나보다 한살밖에 많지 않으면서 아는척좀 하지 말라고."
그리고 덧붙였다.
"미샤는 여자니까, 내가 항상 따라다닐거야!"
여자라는 것. 그게 사샤의 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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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조금이나마 쓸시간은 있군..=ㅅ=
이번은 쫌 짧죠..ㅅ?
* NZLE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10-24 23:46)
그리고 하나님에 예수님까지... 미르님소설은 전개도 좋고 스토리도좋고 헤~~
그럼 다음편을~~